예술의 우주/리뷰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展,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지하련 2010. 10. 24. 11:49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 - 사진 展

2009. 3. 6. Fri - 5.24. Sun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


책장을 정리하다가 읽다만 책들로 어지러운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각의 얇은 카탈로그. 작년 봄에 보았던 전시. 그러고 보니, 요즘 통 전시를 챙겨보지 못하고 있다. 회사일도 많고 개인적으로 여러 일들이 겹친 탓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핑계만 늘고, 핑계가 늘수록 게으름은 배가 된다. 한 없이 게을러지는 나이가 된 것일까.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사당역에서 나오면 걸어서 바로 앞에 있다. 옛 벨기에 대사관 건물로 1905년에 지어진 이국적인 건물이다. 건물 앞 정원에는 흥미롭고도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 세워져 있다. 사당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 기다림이 지겨워질 때 이 미술관은 매력적인 친구가 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의 극적인 확장은 사진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이들이 아마추어사진가가 된 지금, 사진 작품이 가지는 위치는, 한 쪽으로는 공고해지면서 한 쪽으로는 위태로운 것이다. 이 전시는 '예술가의 방', '연극적 상황연출', '사물의 재인식', '다큐멘터리', '심상적 풍경', '만드는 사진'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에서,  

김종욱, into the Ancient City, 컬러인화, 30×40", 2003

만드는 사진은 현대 사진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찍는' 사진에서 이제는 만들거나 '만들어놓고 찍는' 혹은 '찍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드는' 등의 사진의 인위적 조작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기계적 사진술에 디지털 기술이 가미되고 이미지의 조작과 인위적 상황 연출까지 포괄하면서 예술가의 창조정신으로 이어진다. 이는 다원주의적 양상으로 나타나는 현대미술담론의 맥락에서 이해되며 동시대 젊은 현대미술가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 전시 카타로그에서 인용함.





김종욱, into the Ancient City, 컬러인화, 30×40", 2003


특히 김종욱의 사진 작품은 제한된 세계 속에서의 의미 없는 반복되는 일상을 시간과 이미지의 낯선 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현대 사진이 가지는 흥미로운 지점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정지된 이미지로서의 사진을 넘어 움직이는 사진, 그러나 동적 영상은 아닌 형태로 사람 앞에 놓여진다. 그리고 그가 담아내는 풍경이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여가를 즐기는 듯하지만, 실은 아무런 의미 없는, 그저 스쳐지나가 끝내 잊혀지고 말 일상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허한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그래서 김종욱에게 사진이란 허무한 테크놀러지에 기댄 당스 마카브르(dance macabre)와 같은 것이 된다.



그 외 많은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었으나, 이 전시가 끝난 지는 이미 1년이 지나, 가장 흥미로웠던 김종욱의 작품만 언급하였다. 앞으로 전시 리뷰를 자주 올리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 이미지는 neolook.net에서 가지고 온 것이며 글쓴이에게는 작품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이 없습니다.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토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