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저작권법 : 위키피디아의 블랙 아웃

지하련 2012. 1. 19. 12:02
http://en.wikipedia.org/wiki/Main_Page 

언젠가 내 글이 출처도 밝혀지지 않은 채, 어느 블로그에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 블로그 운영자에게 쪽지를 보내 출처를 밝히든지, 내려달라고 했다. 그 글은 내려졌지만, 그 운영자는 아무런 댓구도 없었다. 미안하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실은 그 블로그는 모두 어딘가에서 인용된, 퍼온, 스크랩된 내용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그 예의없음에 욕지기를 느낄 정도였다. 결국 출처를 밝히고 글쓴이에 대한 예의없음이 문제였지, 퍼가는 것에 대한 반대가 아니었지만, 우리는 몇몇의(어쩌면 너무 많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강력한 저작권법의 필요성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어떤 지식들이나 정보들은 개방되거나 공유되어야 한다. 문제는 개방과 공유를 막는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노고를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듯 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다. 장하준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경제 발전을 도모하던 시기에는 보호 관세와 정부 보조금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켜 놓고 정작 지금에 와서는 후진국들에게 자유 무역을 채택하고 보조금을 철폐하라고 강요한다. 과거 자신들은 여성, 빈민, 저학력자, 유색 인종에 대해서는 투표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후진국들에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경제발전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은 다른 나라의 특허권과 상표권을 밥 먹듯이 침해했으면서도 이제는 후진국들에게 지적 재산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호하라는 압력을 넣는다.
-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형성백(옮김), 부키, 8쪽


즉 이미 기득권을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저작권법이다. 얼마 전 머니투데이의 저작권 관련 기사는 저작권법이 얼마나 흥미로운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장동건·고소영 사진 스크랩했다 120만원 봉변 - 미디어오늘

미국에서 꽤나 강력한 저작권법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위키피디아 영문 사이트는 오늘 문을 닫았다.

저작권법 놓고 할리우드-실리콘밸리 '충돌'

장하준이 지적하듯 저작권이라는 건 원래 없었던 법률이었다. 한국이 7-80년대 빠른 경제성장을 했을 때 여러 기술들을 카피했듯, 중국도 그렇게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잘한 짓이다. 그렇게 19세기 유럽 열강들은 성장했고 20세기 초 미국이, 20세기 후반 한국이, 21세기 초 중국이 그랬다.

복제약이라는 게 있다. 값비싼 수입약 대신 국내 제약사가 그 약의 성분 그대로 약을 카피해서 만든 약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한미FTA로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병원과 약국에서는 싼 복제약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고 값비싼 수입약을 사용해야만 한다. 2015년부터 발효될 예정이고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제약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모든 곳에 암초처럼 저작권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 법으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어야 하는 것일까. 나와 같은 이들이 바라는, '출처를 밝히는 것과 글쓴이에 대한 예의'마저도 없는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 있는 한 저작권을 가진 기업체이나 저작권을 대행하는 협회에서는 끊임없이 이를 악용해 돈벌이에 골몰할 것이고, 그 사이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어떤 지식들과 정보들도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