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뭉크와 나

지하련 2014. 3. 18. 09:53




Beach Landscape, Edvard Munch, 1889

(출처: bofransson.tumblr.com)




모니카 봄 두첸의 책 <세계 명화 비밀>을 다 읽은 것이 2주 전이고 간단하게 리뷰를 올린 것은 지난 일요일이다. 몇몇 작품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지만, 그걸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 최근 올라가는 글들 대부분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만 그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흔적마저 내 기억에서 사라질 책과 그림에 대한 단상들을 메모해두는 용도랄까. 


고료를 받고 쓰는 글과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전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나는 전업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 올리는 글들은 종종 아주 형편 없다.


어제 퇴근길, 바람 속에서 글 제목 하나를 떠올렸다. '그러나 뭉크는 장수했다'. 우울하고 절망적이었던 뭉크는 의외로 80세까지 살았다. 후속작의 제목으로는 '그래 에밀 시오랑도 장수했지'.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작가 에밀 시오랑은 왜 태어났을까 물으며 절망하며 자살을 권유하는 듯한 책들을 냈지만, 그 역시 오래 살았다. 그리고 한 편 더 쓴다면, '오래 산 미켈란젤로와 일찍 죽은 라파엘로' 정도. ... 그렇다고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말년의 양식'을 탐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생을 극한의 절망 속에서 비관적 시선으로 바라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산 이에 대한 역사를 메모해두고 싶은 사소한 욕망이라고 할까. 


요즘은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아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무언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출근해서 잠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어떤 영화의 오프닝을 보았다. 어제 자기 전, 자정 무렵에 볼까 망설였던 영화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연 배우는 이미 죽었다.



My Own Private Ida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