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삼각지로 걸어가다 문득 마주친 대도시의 오후
상아색의 구름 한 떼가 지는 해를 감싸면서 하늘 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노을이 가득 차고, 거대한 고독이 이미 식어버린 채 퍼져나가는 시간이다(조르주 베르나노스). 느리게 숨죽여 있던 무채색 건물이 숨을 쉬고 우리들의 숨겨진 영혼이 노래하는 순간이다. 태양이 사라지더라도 태양을 기다리지 않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꿈 속 노을가 근처에서 막걸리 중이다. 그의 삼각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