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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오치균 - 빛 

2014. 06.11 - 06.25 

노화랑 Gallery Rho, 서울 Seoul 





Armani lamp on the Santa Fe bench | acrylic on canvas | 116x78cm | 2013 

출처: http://www.rhogallery.com/ 




연필로 글씨를 쓰는 나는 오치균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화폭에 남긴 흔적들에 각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중략) 오치균이 손가락으로 물감을 으깰 때 재료가 육체와 섞이는 그 확실한 행복감을 나는 짐작할 수 있다. 재료를 장악하고 그 재료를 육체화해서 재료를 마소처럼 부릴 수 있는 자만이 예술가인 것이다. 언어는 기호이고 또 개념인 것이어서, 나는 오치균이 색을 부리듯이 말을 부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오치균의 손가락을 대책없이 부러워한다. 손가락으로 색을 바르는 행위는 세계의 사물성과 불화일 터인데, 그는 그의 불화의 흔적을 남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흔적들이 모여서, 시간의 지속성, 미래에 도래할 새롭고 낯선 색깔의 흐름을 보여줄 때 그의 화폭은 아름답고 강렬하다.

- 김훈, '무너져가는 것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것' (2008)  중에서 




"그동안 내 작품들 속에서 보여지는 빛이 의도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고 나면 항상 내 작품 속에서 상징 같은 것이 되어 있었죠. 그런데 이번 작품들에서의 '빛'은 나의 신체적 장애와 심리적 불안 속에서 나온 의도된 빛이예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 작품을 봤어요. 촛불이라는 것은 희망과 염원을 담고 있죠. 하지만, 촛불은 작은 흔들림에도 꺼질 수 있는 아주 약하고 순간적인 존재예요. 그래서 나는 그것보다 강하고 영원한 빛을 생각했어요. 심지어 나의 생명이 다해도 남아 있을 수 있는 빛, 영원히 잡아둘 수 있는 빛, 그 안에 내 희망과 의지를 담고 싶었던 거죠."


"사람들은 오치균하면 감나무 작가로 기억해요. 하지만 난 감나무만 그린 건 아닙니다. 보통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가지면 거기에 몰입하게 되지만, 너무 빠져든다 싶으면 손을 놔요. 한 가지만 계속 그리다 보면, 나중에는 작품을 찍어내듯 그릴까봐 두렵고, 또 다른 걸 그리기가 너무 힘들어져요. 그런데 감나무 그림을 그리면서도 이것저것 관심가는 것들을 그렸는데, 사람들은 감나무만 기억해요. 그러다가 작년에 전시를 마치고 나서 하반신 마비가 왔어요. 나 자신으로서는 견디기 힘들었고, 나의 생명이 다하는 건가 두려웠죠. 나는 계속 작업을 하고 싶고, 이렇게 살아있다고 외치고 싶은데, 작품을 할 수가 없었어요.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고, 집 안에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그 때 눈에 띈 것이 실내의 사물들이었어요." 

- 오치균 


* 이은주, <화가 오치균에게 그림이란 무엇일까?>(월간미술 2014년 6월호)에서 재인용. 


  

실내의 사물들에게서 색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안식을 찾는 걸까. 나는 (내 마음 속을, 저 서울 거리들을) 돌아돌아 인사동 노화랑에 가서 오치균의 작품을 보았다. 그 사이 나는 그림을 잊고 지냈고 작품에 집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다시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렴풋했다. 


기억을 더듬어 오치균의 예전 작품을 떠올렸고, 그의 세계가 다소 약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오치균이다. 그는 무너져가는 육체 앞에서 생명력을 되찾는다. 그것이 불빛이다. 오치균의 불빛이다. 



(하루 종일 회사 업무를 보고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되면, 나는 너무 쉽게 지친다. 글 한 줄 읽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 짧은 리뷰를 쓰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 목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불러내어 술 마실 친구가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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