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그렇게 생각했죠.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 언젠간 떠나 버리겠죠? 그래서 모든게 허망해요.
전엔 사랑이란 말을 중시해서 말로 해야만 영원한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하든 안하든 차이가 없어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요.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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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사서독의 한 부분을 다시 보면서 내가 왜 화양연화를 두고 싸웠는지 이해했다. 동사서독 이후 왕가위의 영화 속에서 펑펑 울거나 삶과 집요하게 싸우는 이가 사라졌다. 그냥 스쳐지나간다. 이겨도 이기지 못한다. 결국 외롭게 죽어간다. 일대종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심지어 "난 쓸쓸하니(널 사랑해), 네가 잡아줘" 라고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십 수년 전 화양연화를 두고 영화지 기자와 말다툼을 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왜 그런 과민 반응을 보였을까 늘 궁금했는데, 오늘 벗 앞에서 우는 여인의 모습을 보니, 알겠다.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우린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 걸까. ... 참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