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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니나 카렐Nina Canell 개인전 <새틴 이온Satin Ions>

2015년 5월 29일 - 8월 9일 

아르코미술관 제2전시실 





전시 팸플릿을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예술 작품은 어떻게 받아야 들여야 할까. 그리고 이해만 될 뿐이라면 또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작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니나 카렐 개인전인 그런 종류의 전시였다. 마치 '현대 미술의 제 무덤 파기 프로젝트'로 여겨질 정도라고 할까. 


요점만 말하자면, 예술 작품은 본질적으로 '어떤 심리적 환기'를 가지고 와야 한다. 칸트는 이를 '쾌', '불쾌'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런데 나는 니나 카렐 작품 앞에서 멈칫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연구이긴 하지만, 그래서? 연구는 실험실에서 하는 것이다. 마치 외계인의 언어처럼 내 앞에 덩그러니 놓여진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이번 전시 <새틴 이온>에서는 오늘날의 무선 인터넷과 같이 와이어리스의 세계의 기반이 되는 지하 매설 케이블에 관심을 두고, 서울 근교에서 수집한 재활용 케이블 덩어리들로 전시의 마지막 챕터를 구성한다. 오늘날 수많은 디지털 정보는 선이 없는(wireless) 상태를 지향하지만, 이는 사실 지하의 보다 많은 양의 케이블 증가라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만들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관심에서 서울 근교의 케이블 재활용센터를 방문하여 녹아 내려 형태가 변화한 상태와 향후를 위해 재탄생되는 미래적 시간을 함의한 상태 사이에 놓여져 있는 케이블 덩어리들을 수집한다. 케이블의 심지가 빠지고 껍질만 남은 피복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모양이 변형된 이 덩어리들은 수십 미터의 물리적인 길이가 '정보'의 송수신이라는 비물질적 거리를 드러내는 덩어리로 변모한 역설적인 상태를 암시한다. 

- 전시 팸플릿 중에서  




추상화된 디지털 정보는 물질적인 케이블에 의존한다? 그래서? 물질과 비물질의 관계, 혹은 디지털과 케이블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는 언어와 책의 관계와 같다. 말과 혀의 관계다. 즉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은 보이지는 것들을 매개로 한다. 표현되지 못한 우리의 생각이 우리 육체 속에 담겨져 있듯이. 마치 뭔가 대단한 연구인 양 포장하고 있지만, 늘 있던 어떤 물음의 동어반복일 뿐이다. 





니나 카넬은 물체의 성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물성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의식한다. 서로 다른 재료와 물질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작가의 조각은 이러한 인간의 시각에는 쉽게 포착되지 않지만 공간 내에 공존하는 비물질적인 영역의 항상성(consistency)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 전시 팸플릿 중에서  



시각적으로도 흥미롭지 못했고 주제의식도 또한 문제적이지 않았다. 더구나 작품들이 보여주는 미적 완결성은 형편없었다. 재미있지도 않았다. 대단한 테크놀러지가 담긴 것도 아니고 전자파 구덩이로 만든 것도 아니다. 솔직히 이 전시를 위해 내가 낸 세금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너무 안타까워서 전시 설명을 위해 서 있던 도슨트(혹은 큐레이터였는지도)에게 물어보았다. 작품이 마음에 드냐고? 아. 그녀는 마음에 든다고 했다. 현대 미술이 암울해지는 순간이다. 지금도 몇몇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현대 미술의 무덤을 파고 있는 중이다. 아주 열심히. 그리고 일군의 평론가들도 여기에 동참에 일반 대중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단어를 사용해가며 깊숙이 깊숙이 땅을 파고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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