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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5:

율리어스 포프 Julius Popp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비트.폴 펄스(bit.fall pulse)>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진(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할 수 있는 정보의 일시성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의미합니다. 작품은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연결되어 작가가 고안한 통계 알고리즘을 통해 인터넷 뉴스피드에 게재된 단어의 노출빈도수를 측정하고 각 단어의 중요도에 따라 '물 글씨' 단어를 선택합니다. 전시장 안에서 연속적으로 빠르게 쏟아져 내리는 이 '정보 데이터의 폭포'는 1초도 안 되는 시간에만 유효한 정보의 일시성과 현대인이 이해하고 소화시킬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지 않는 정보 과잉의 현대 사회를 시각화합니다. 또한 생동감 있게 오늘날의 주요 사건과 연루된 단어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작가는 개별적인 단어의 가치보다는 인간과 사회가 정보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또한 소비되는 정보의 의미와 가치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합니다. 

- <전시 설명> 중에서 




출처: 직접 찍음(낡은 폰 카메라로 찍은 탓에...) 



이런 작품은 콘텍스트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적절한 아이디어와 기술, 데이터(단어)의 조합과 일시성, 조명과 소리. 미디어 설치작품은 공간과 호흡하며 공간 속으로 들어가 공간의 일부가 되거나 공간의 전부가 된다. 공간을 새롭게 하며, 그 공간을 찾아온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우리의 마음을, 머리를, 몸을 환기시킨다. 율리어스 포프의 작품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설치 작품은 본질적으로 그러하다. 


율리어스 포프는 이 작품으로만 너무 오래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직접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도심의 공간 속에 들어가기 용이하다. 또한 다양한 매체들과 연계되면서 21세기 초반 문명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점에서도 비평적 찬사를 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대중의 호응(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과 우호적 비평(다양한 매체와 혼합과 연결)을 만들 수 있는 어떤 컨셉만 있으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인간 삶에 대한 고독한 탐구와 끊임없는 연마가 아니라, 적절한 탐색과 만남, 괜찮은 아이디어(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가 현대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에게 율리우스 포프의 작품이 매력적인 측면은, 바로 '물소리다.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둔탁한 물소리. 어두운 갤러리 공간에서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글자들 위로 거칠고 무거운 물소리가 들린다. 그 여운은 꽤 길어서 이 느낌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디스토피아를 암시하듯. 

더 멀리 나아가선 칸트의 '숭고미'까지. 결국 우리는 자연의 거대한 흐름에 굴복하고 말 것이다. 아무리 현대 문명에 열광할 지라도 그건 순간이며, 떨어지는 물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저 흘러가는 물이 될 것이다. 어느 새 강이 되고 끝없는 바다가 될 것이다. 

자연의 관점에선 모든 것이 부질없다. 결국 율리우스 포프의 작품이 향하는 곳은 바로 이 지점이다. 모든 것은 허무하고 부질없다는 것. 

이 첨단의 미디어 예술가도 현대의 허무주의와 싸우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허무하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걸까. 그건 관람객의 몫이다.   





미술관에서는 율리우스 포프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율리어스 포프(1973~ )는 독일 라이프치히 시각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뉴욕현대미술관(2008), 리옹 현대미술관(2008),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미술관(2009), ZKM(2015) 등의 해외 유수 기관의 기획전에 참가하였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념하는 <비트.폴bit.fall> 작품 설치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위치한 그의 작품은 정보의 특성을 주목하고 디지털 시대의 정보와 인간의 상호적 관계를 탐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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