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이상원 미술관 방문기

지하련 2018. 12. 16. 00:52


이상원 미술관 

http://www.lswmuseum.com 




외진 산골의 미술관이라, 다소 낯설었다. 실은 이상원 미술관라고 듣기는 했으나, 이렇게 외진 곳에 위치해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미술관의 중요한 점들 중 하나가 접근성인데, 이상원 미술관은 이것과는 관련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불편함은 여러모로 장점이다. 공기가 좋았고 조용했으며, 직원들은 친절했고, 건물과 시설은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했다. 


여러 잡지들의 기사를 통해, 아는 이의 말을 통해 이상원 미술관을 이미 몇 해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굳이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상원의 작품이 내가 선호하는 작품 스타일도 아니고,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지나치게 사실적인 이상원의 스타일은 동시대 미술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다시 되새겨보게 되었다. 작품의 스타일에 대한 선호는 있을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작가의 진정성까지 쉽게 생각하고 판단내리면 안 된다는 것.  작품 스타일은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작가의 진정성은 작품만으로 알기 어려운 것, 그래서 실제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관련 자료들을 꽤 살펴봐야만 작가의 작품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 그 무언가를 알게 된다.   


이상원은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미술을 배운 이는 아니었다. 그는 그림 잘 그리던 극장 간판쟁이였고 초상화를 그려 그 명성을 얻었고 부를 쌓았다. 실은 초상화를 그려 얼마나 부를 쌓았을까 하지만, 수십년 전 인사동 초입에 있던 갤러리 상의 주인이 바로 화가 이상원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현재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만으로도 그의 그림 실력을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특히 그의 탁월한 관찰력은!


미술관에 소개된 여러 자료들 중에 이상원에 대한 소개 기사들 모음이 있는데,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그는 이미 1980년대에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작품을 하고 있었다. 작품성을 떠나 기술이나 기교적인 측면에 있어 탁월했다. 그러니 초상화가로서의 이상원은 당대 최고의 명성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이상원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도 만만치 않았다. 차를 타고 한참을 와야 하지만, 이 곳에 도착한 다음부터는 확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막상 돌아와서 사진들을 챙겨보니, 사진은 찍지 않고 그저 걸어다닌 것 밖에 없었다. 사진 찍을 생각 없이 그냥 걸어도 좋았던 곳이랄까. (위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상원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확인할 수 있다)



춘천으로 가던 길에 잠시 드른 두물머리에서 찍은 한강이다.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한국의 자연만이 가진 매력을 새삼 깨달을 때가 있다. 


가끔 이렇게 외출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