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뒤샹 딕셔너리, 토마스 기르스트

지하련 2019. 3. 12. 08:40





뒤샹 딕셔너리 

토마스 기르스트(지음), 주은정(옮김), 디자인하우스 




지난 주 마르셀 뒤샹 전에 대한 리뷰를 올리면서 잠시 참고했던 책이었다. 말 그대로 '뒤샹 사전'이다. 마르셀 뒤샹(또는 현대 미술 이론)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무척 유용하지만, 그저 현대 미술에 대해 일반적 이해만 가진 이들에겐 다소 쓸모가 떨어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뒤샹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하지만, 이와 연관된 도판 이미지는 없다는 점은 일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없음을 드러낸다고 할까.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뒤샹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으니, 사전의 유용성이 없진 않았다. 어쩌면 탁월할 지도 모른다. 뒤샹과 연관된  대부분의 키워드들을 담고 있을 테니, 뒤샹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귀중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책에 나온 몇 개의 인용을 옮긴다. 


1913년 20대 중반이었던 뒤샹은 "'미술'작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 "왜냐하면 미학적인 감정을 언어적 묘사로 옮기는 것은 정말로 겁먹었을 때의 두려움에 대한 묘사처럼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 24쪽 


"상업주의가 너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인데, 나는 돈과 예술의 결합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순수한 것을 좋아합니다. 나는 물에 탄 와인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 60쪽 


"나는 아담과 이브 이래로 세계 곳곳에서 대체로 반복해온 철학의 진부한 문구에 대해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나는 언어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말하기를 거부한다. 언어는 잠재의식적인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안에서 단어를 통해, 그리고 단어에 따라 생각을 만든다. 나는 적어도 이와 같은 단순한 의미에서 내가 유명론자라고 기꺼이 선언한다." - 167쪽 


"예술에서 진보란 없습니다. 나는 결코 믿지 않지만 문명에는 진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에는 진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 192쪽 



"뒤샹과 창작의 관계는 모순적이어서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 그의 창작물은 그의 것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관조하는 사람들에게 속한다."

"뒤샹은 처음부터 개념을 그리는 화가였고 그림을 순전히 손과 눈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레디메이드는 양날의 무기이다. 그것은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면, 그것을 훼손하려는 제스처가 중단된다. 그러나 그것이 중립을 지키면 그 제스처를 예술 작품으로 전환시킨다."

-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182쪽 

(* 뒤샹은 옥타비오 파스가 쓴 글을 좋아했다.)







뒤샹 딕셔너리 - 8점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주은정 옮김/디자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