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수축사회, 홍성국

지하련 2020. 3. 15. 20:51





수축사회

홍성국(지음), 메디치미디어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거의 500년간 세계는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였다. 지금의 사회는 이런 팽창사회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점점 파이가 커지는 속도가 더뎌지다 이제는 파이가 고정되는 모습이다.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파이가 줄어들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개체 수를 줄이거나 다른 사람의 파이를 탈취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팽창하던 사회가 수축하기 시작하자 전방위 갈등이 제로섬전투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7쪽) 



팽창과 수축의 관점에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대단히 설득력 있고 풍부한 자료와 논리로 현재의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한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수축 사회의 모습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자본'에 대한 강조는 다소 이상적이긴 하나, 수축 사회의 국면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서구 특히 앵글로 색슨 계열 국가에서 형성된 개인의 자유 선택과 자기 책임 원리가 통용되는 사회적 특성을 일컫는다. (119쪽) 



이런 관점은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논의되는데, 기업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착한 기업을 정량적 지표로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로 ESG라는 것이 있다. ESG는 재무 외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인데, 사회 환원, 복지, 배당정책 등으로 평가한다. (210쪽) 



이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 저자는 많은 나라의 사례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진행하며 독자는 읽어나갈 수록 저자의 주장에 공감한다. 특히 한국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취업난으로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지만, 나는 한국에서 젊은이의 창업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젊은이의 창업은 주로 미국 특히 유대계를 중심으로 많은데, 그 이유는 창업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자본이 미국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329쪽) 




OECD의 <사회적 엘리베이터는 무너졌는가?>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2015년 기준 소득 하위 10퍼센트가 중산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려 다섯 세대가 걸린다고 한다. 헝가리, 인도, 중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이 사회적 기반이 약한 국가들은 한국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52쪽)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나 한국 사회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다소 두리 뭉실하며 원론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동시에 이러한 방향이라도 만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을 높이 사야 할 것이다. 



나는 소득주도성장을 반대하는 측을 반박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미리 밝힌다. 다만 수축사회를 전제로 할 때 이 방법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는 한계를 인정했으면 한다. (313쪽) 



결국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의 원칙 중 '곤충의 눈'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고, '새의 눈'을 통해 높은 곳에서 보고, '물고기의 눈'을 통해 물결 즉 시대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는 원칙은 수축사회에서도 세상을 보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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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국이라는 저자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소 늦게 알게 되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 금융회사 CEO까지 역임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정도의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공부한 사람이 드물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의 분석력과 통찰을 가졌다는 점이 놀라웠다. 한 편으로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작년 연말에 읽은 책인데, 강력하게 추천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줄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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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홍성국 인터뷰 

경제위기? 단순 ‘위기’가 아니라 ‘수축사회’ 진입 https://firenzedt.com/?p=2807






수축사회 - 10점
홍성국 지음/메디치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