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Grasshopper and Iris, Katsushika Hokusai 호쿠사이

지하련 2020. 11. 21. 08:15


Grasshopper and Iris

Katsushika Hokusai (Japanese, Tokyo (Edo) 1760 - 1849 Tokyo (Edo))

Edo period (1615 - 1868)

late 1820s

Woodblock print; ink and color on paper

Dimensions:Overall: 9 3/4 x 14 3/16in. (24.8 x 36 cm)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37192



한참을 찾는다. 메뚜기를. 붓꽃 사이에 숨어있다. 방금 전까지 산들바람이 불다가 잠시 멈추었다. 에도시대. 현대 일본을 만든 배경이 된 시대. 청나라와 조선이 변화하는 세계를 무시하고 과거에 기대고 있을 때, 에도 시대의 일본은 한발한발 앞으로 전진했다. 이 때 전진이라는 것이 서구화라고 믿는다면, 에도시대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호쿠사이의 그림들에는 어떤 여유가 묻어난다. 그것은 일종의 믿음이다. 쉴 수 있다는 것. 과감하게 움직여도 다치지 않고 상처입지 않을 것이라는 것. 다치고 상처입더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그것으로 인해 호쿠사이의 판화는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만화의 세계는 아니지만, 우리가 만화에 빠져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흘러 호쿠사이의 판화는 인도양을 건너 대서양을 지나 유럽으로 가, 마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고 간접적으로 인상주의를 불러들였다. 실크로드가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서의 문화의 전파. 그렇게 현대가 시작되었다. 현대라는, 혹은 모더니즘의 시작에는 일본 문화가 관여하였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일본의 현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 아니면 애초에 그런 것들에 관심 없었는데, 외부의 의지로 인해 끌려다녔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이가 들수록 세상은 참 모르겠다. 예술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