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책상 위 풍경

책상 위 풍경, 1월 10일 일요일

지하련 2021. 1. 11. 13:36





2020년 1월 10일 일요일 저녁, 책상 위 풍경 



인스타그램을 보니, 자기가 공부하는(혹은 책을 읽는) 책상 위를 찍는 이들이 있었다. 다양한 펜들로 공책에 필기 하고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긋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나도 한 두 번 찍어보다가, 어쩌면 이것이 내 기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르렀고, 이렇게 카테고리를 만들어 업로드를 해 본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할 시간은 거의 없는 직장인인지라, 이것도 내 보잘 것 없는 허영에 기댄 놀이같달까. 또는 구입하긴 하였으나, 완독하지 못해 소개하지 못한 책들을 이렇게 보여줄 수도 있을 것같고 좋은 음반이나 이것 저것도 알려줄 수 있을 것같기도 하고.     



첼리비다케. 내가 선호하는, 그러나 어떤 연주는 지독하게 느려터져서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하는 지휘자. 저작권이 지난 아날로그 음원들을 모아 낸 10장짜리 박스 세트. 힌데미트 피아노협주곡을 들었다. 자주 연주되는 작곡가이지만, 대중적으로 대단히 인기있다고 보긴 어렵다. 한 번 관심을 가져볼까 하다가도 그만 두게 되더라는. 


키신의 쇼팽 박스 세트. 시디 5장으로 이루어진 박스세트. 나왔을 땐 무조건 구입해야 된다고 한 세트였다. 지금도 구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쇼팽의 피아노곡들은 주기적으로 듣게 된다. 아, 이건 쇼팽이야 하고 하지만, 연주곡명은 알지 못하는 게 흠.  


UCC 드립 커피. 이우환의 산문집 <<시간의 여울>> 초반부에 일본인들의 커피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언급된다.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며, 마치 다도를 하듯 커피를 내려 마신다는. 그래서 커피는 대단히 묽고 은은하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아메리카노가 아니라는. UCC 드립 커피도 그와 비슷하다. 살짝 많이 내리게 되면 맛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포장지에 표시된대로 작은 커피 잔에 내려 먹는 게 좋은 커피다. 이 드립 커피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언급을. 


특성없는남자2. 1권을 다 읽었고 2권도 읽는 중이다. 이미 1권 리뷰를 올리면서 적기도 했지만, 나는 밀란 쿤데라가 왜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를 극찬하는지 모르겠다. 한글로 옮기면서 특유의 매력이 사라졌다고 보기 보다는, 이 당시 독일어권 소설의 경향, 상당히 사변적이거 심리적인 스타일에 대해 선호가 있는 듯 싶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도 상당히 힘들게 읽었는데, 이 소설 <<특성없는 남자>>도 상당히 재미없다. 


2050거주불능지구.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 지구의 운명은 얼마나 남지 않았다. 기후 위기에 대한 책들 중 여러 외국 저널에서 상당히 많은 이들이 추천한 책이라 번역서를 구입했다. 


마니에르드부아르 1호. 아직 안 읽었다.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로 글들을 모았다. 책 뒤 후원자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가있다. 왜 2호는 배달되지 않는 걸까. 


묵주와 작은 십자가. 코로나로 인해 성당 미사에 가지 못한 지 몇 달이 지나갔다. 그래도 가끔 미사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아쉬운 요즘이다. 


JBL블루투스스피커. 휴대폰과 연결해 스트리밍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듣는 용도. 그냥 들을 만하다.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