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동정에 대하여, 안토니오 프레테

지하련 2021. 4. 18. 17:03

 

동정에 대하여 Compassione - 가장 인간적인 감정의 역사 
안토니오 프레테(지음), 윤병언(옮김), 책세상

 

 

동정compassione이란 ‘함께com’ 나누는 ‘열정passione’을 뜻한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나누는 아픔, 고난passione에의 참여를 의미하기도 한다. 동정은 타인과 타인의 고통을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하지만 동정은 보기 드문 감정이다. 타인의 고통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의 고통으로 변하는 경험 자체가 진귀하기 때문이다. (9쪽)

 

문학의 차원과 예술의 차원에서 그려지는 동정의 모습은 곧, 타자의 현존, 타인의 얼굴과 타인의 정체가 지니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이에 대한 끊임없는 이야기이다. 이 깊이를 바라보는 시선의 정체를 강화하는 것이 바로 타인의 존재다. 타자가 불러일으키는 동정이란 감정은 시선의 주체로부터 다시 타자의 감성을 향해 되돌아가는 감정이다. 타인의 존재는 결국 모든 존재의 결속을 인식할 수 있는 지표로 드러난다. 모두가 소속되어 있고 모두가 공유하는 지평 위에서, 타인의 고통은 무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그것이 우리와 가까이 있음을 알린다. (12쪽)

 

그러나 책의 서두가 보여주었던 의견은 책을 읽어 나갈수록 희미해지고 반복되며 핵심을 잃어간다. 도리어 왜 많은 학자들이 ‘동정’이라는 감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할까. 많은 예술작품을 언급하고 있지만, 겉돈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옮긴이의 말에선 책에서 등장하지 않은 내용까지 이 책을 옹호하고 있지만, 내가 읽기에는 이 책의 깊이 없음을 반어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인 듯 싶다.

 

대부분 작품에 대한 평면적인 해석과 인용, 수집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마저도 다소 편의적이어서 대단히 많은 문헌을 참고한 것으로도 보여지지 않는다. 

 

부분적으로 서양예술사의 관점에서 ‘동정’이라는 테마가 담긴 작품들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독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나, 그 외에는 권하지 않는다. 조금은(상당히) 안타까운 독서였다. 책 초반은 상당히 흥미로웠으니까. 그리고 이런 주제나 소재의 책들이 많이 발간되길 희망하는 독자로선 꽤 많은 시간을 이 책에 쏟았는데, 읽을수록 아쉬웠다.

참고로 이 책은 '피에타'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들에 대한 글로 마무리된다. '피에타'만 모아 이야기한 글이 많지 않기 않기 때문에 기억해둘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