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여림빌리지
웹사이트 : https://www.haeyeorim.co.kr/1856/home/index
(예약은 네이버 예약으로 가능하다)
원래는 식물원이었다. 수십 년 전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으나, 그게 어디 관리가 쉬울까. 더구나 수익은 커녕 유지비용이라고 얻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해여림빌리지 내를 걸어다니다 보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시설물들이 방치된 듯 쓰러져 있거나 무너져 있다. 잡목과 풀들 속에 묻힌 모습을 보면, 사람 손길을 닿지 않고 자연스러움이랄까, 혹은 황폐함같은 게 묻어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좋아할 이도 있을 것이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려고 보았더니, 칼이 없었다. 그래서 입구 사무실에서 칼을 빌렸다. 애초에 캠핑장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다 보니, 해여림빌리지는 정말 넓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기 정말 좋다. 아이와 함께 한 바퀴 도는 약 삼십분 정도면 충분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일부는 정리되어 있으나, 일부는 정리 중이거나, 나머지는 그냥 놔두고 있다. 이것이 나쁘지 않고 도리어 너무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자연은 끊임없이 자라고 계절따라 변하고 겨울이 되면 잠을 청한다. 몇 명의 사람이 그걸 따라가기란 어려운 법. 그러니 일부는 관리되고 일부는 관리되지 않는다.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해여림빌리지에 가득하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캠핑장이었다.
해여림빌리지 입구 옆으로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연못 안에는 정말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그 연못 옆으로 팬션이 있어, 그 곳에서 하루, 이틀 쉬었다가 가는 여행객도 있었다.
낙엽과 단풍, 파란 하늘과 멀리 보이는 언덕은 보는 이를 평화롭게 만들었다. 캠핑 사이트에 따라 매점이나 세면대 등이 멀 수 있으나, 그 정도 거리는 다른 큰 캠핑장에 비한다면 멀다고 할 수 없었다. 캠핑을 시작하고 난 다음 두 번째로 간 캠핑장이 여기여서 기분이 좋았다.
늦은 가을에 가서 샤워를 하지 않았고 간단하게 세수만 했던 기억이 난다. 매점이 있는 본관 건물 앞은 편의시설이 가까운 반면 사람들이 많아 다소 복잡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주차장 바로 위 잔디 사이트에 있었는데, 잔디 사이트의 단점은 상대적으로 습기가 더 많이 올라오고 풀들이 텐트에 묻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침 햇살이 바로 들어와서 좋았다.
여름에는 쉽지 않은 곳이긴 하다. 그늘이 없어서. 들어오는 길에 송어 횟집이 있어서 포장해 와서 먹었다. 여러모로 편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