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짧은 생각,들

지하련 2023. 8. 11. 17:54

 

강렬한 더위가 이어졌다.  검은 도로는 불타고, 그 열기 앞에서 나는, 너는, 우리는 끝없이 움츠려 들었다. 그 거칠었던 폭염 전에는 긴 장마, 비의 계절이 있었다. 이러한 급격한 기후 변화의 원인은, 어쩌면 사유하는 나의 세계관, 근대 기계론, 혹은 도구적 이성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젠 그것도 철지난 유행이랄까. 그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엔 예상치 못한 평화가, 큰 전쟁 없이 이어진 사오십년 동안 인간은 다시 오만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평화 속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고통받았는가 하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 없지만.

 

어느 책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죽였는가를 보았더니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그냥 걸핏하면 작은 갈등만 있어도 서로를 죽였다. 평균적으로 10명 중 3명은 살해당했다. 우리 문명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며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나이가 들수록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아직까지 전 정권 탓을 하는 이들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그들은 과연 나라를 이끌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권력을 잡은 틈을 타서 부와 명예를 쌓기 위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하긴 돌이켜보면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시작한 전 정권도 한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압도적인 지지로 잡은 정권으로 뭔가 제대로 한 게 없다. 코로나 사태가 안타깝긴 하지만, 많은 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할 필요는 없었다. 상처 입는 걸 두려워해서는 전투에 나설 수 없다. 너무 조심스러운 정부였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잼버리의 준비 부족을 보면서, 그리고 야영을 할 수 없는 곳에서 그런 국제적인 행사를 한 이들을 보면서, 그 곳에서 일어난 여러 문제점들을 전 정권과 지자체의 책임으로 미루어버리는 정권을 두고, 잼버리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10명 중 3명 정도가 된다고 하니, 이 나라가 망하든 국가가 잘못된 길로 들어가든 관심없거나, 아니면 그냥 반대하는 진영을 향한 증오와 미움으로 일방적인 지지를 던지는 이들이 30% 정도가 늘 있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무섭다.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까봐. 

 

 

가끔은 아주 화가 나지만, 결국은 투표를 하고 지지한 국민들이 책임질 일이다. 어차피 현 정권과 여당은 책임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신통하게도 전 정권을 끌고 들어오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그렇다. 그러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건 잘못된 일이다. 애초에 그들에게 정권을 맡긴, 그들을 뽑은 국민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된다. 이런 귀결이 참 황당한 것이긴 하지만.  

 

 

어수선한 대기의 흐름이 보여주는 멋진 구름을 보면, 저 풍경을 도심 한 복판이 아니라 바닷가 앞에서 보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한다. 생각은 많고 정리는 안 된다. 이런 저런 잡 생각들을 정리해볼 요량으로 적다가도 그냥 지우기 일쑤다. 가끔 적어나가다 화가 나고 분노에 차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내가 참 한심해 보일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도 언론들은 앞 다투어 꼬리를 흔들며 비판적인 여론을 호도하려는 기사로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남은 몇 년으로 인해 한국은 10년 이상 퇴보할 것이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질서가 재편되고 서로 패권을 가지고 가려는 이 때 한국과 같은 작은 나라는 한 순간 위기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듯 싶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나 여당도 여기에 별 관심이 없고, 안다고 한들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전략적 사고 역량이나 실행력을 갖추지 못했다. 마치 육군 중심의 한국 군대가 미군이나 유엔사에 의지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듯이(그래서 전시작전통제권을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지금 정부와 여당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건 그냥 내 푸념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사람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한들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니.

 

 

며칠 전 라구소스를 만들었다. 의외로 간단하고 쉬웠다. 몇 주 전엔 간장 새우장을 만들었다. 이젠 일반적인 요리들은 쉽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조만간 도전할 요리는 우육탕, 아롱사태수육 정도다. 먼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작은 카페를 만들어 죽을 때까지 사는 게 꿈인데, 이제 요리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으니, 투자금만 남은 건가. 나이가 있으니, 좀 급한 상황인가. 어디 언젤투자자가 없을까. 하긴 엔절투자자란 투자한 다음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준으로 되돌려받아야 하니, 엔젤기부자가 적절할 것같다.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감바스 알 아히요와 파스타를 해서 질풍노도 초입에 서 있는 아들과 먹어야 겠다. 다들 주말 무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