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자 더위가 이어졌다. 화요일, 공휴일, 광복절, 출근을 했다. 후문이 잠겨 있었다, 정문이 잠겨 있었다, 쉬는 날엔 지하 주차장만 열린다는 걸 잊었다. 출근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기한이 정해져 있는 업무로 신경이 곧두선 상태라 집에서 일을 하기 참, 어려웠다.
사무실 노트북 전원을 켜고 이메일을 확인하고 소셜 미디어를 둘러보다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를 우연히 본다, 읽는다, 소리를 내어 읽었다. 한 언어는 다른 지역의 언어와 겹치면서 퍼져나간다. 각 나라말은 절대 일대일로 옮겨지는 법이 없다. 하나의 시가 다른 나라 말로 옮겨질 땐 여러 개의 시들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영어로 된 시를 읽을 땐 하나의 한국어 단어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단어 꾸러미로 연결된다. 훨씬 풍성해지는 느낌이랄까.
오래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리고 한 순간 변해 버린 그녀의 마음을 어떤 것일까. 예이츠는 늘 사랑에 실패하다가, 오십이 넘어서야 겨우 구애에 성공했다. 예이츠의 사랑이야기만 적어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오늘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까. 오랜 만에 휴일 사무실에 왔구나.
* '오 너무 오래 사랑하지 마라'는 상당히 유명한 시라서 한글 번역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어려운 단어도 없으니, 그냥 영어로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좋을 듯 싶어 번역을 올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