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지금 이 나라는 퇴보 중

지하련 2023. 9. 1. 10:38

 

 

보수가 집권하면 나라가 좀(상당히) 이상해진다. 사적인 자리에서 한국은 당분간(혹은 길게)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이 작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된 보수주의 리더를 검증하여 옹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현 보수 정당은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은 그 반대편에 있는 중도정당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실은 이 정당에 대한 실망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져서 꼴 보기가 싫을 정도다. 다만 정치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이 실망스러운 중도정당이 그나마 낫다.

 

우리 모두가 정치적 이상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 이상주의자들은 종종 극단주의로 향하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서는 상당히 위험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그를 공격했던가. 그 공격에서 선두에 있었던 저널로 나는 한겨레와 프레시안을 기억한다. 강준만 교수는 프레시안에 '마키아벨리즘'을 운운하며 그를 공격했다. 

 

진 시황제가 분서갱유를 한 이유는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다. 도리어 유능해서다. 역사상 최초로 중국 대륙을 통일하고 보니,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데, 학자들은 농사는 짓지 않고 매일 책만 읽으며 현실 정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만 해대고 있으니, 현실 정치의 입장에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시황제의 눈에는 입만 살아있고 한없이 무능하기만 저들이 결국 나라의 미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한무제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한 것도 이와 비슷한데, 말 많은 학자들을 결국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다. 그러면 말 많은 이들이 어찌되었건 큰 방향으로는 비슷하게 움직일 테니, 나라 통치가 한결 쉬워진다. 그리고 그 탁월한 혜안으로 중국은 그나마 하나로 유지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그 효과를 누리고 있다.

 

현실정치는 냉정하고 잔혹하다. 이런 점에서 촛불정권은 너무 나약했다. 현실정치에서의 신념은 종교에서의 신념과도 다르고 개인적 삶에서 갖추어야 하는 신념과도 다르다. 그러나 이 촛불정권의 결과로 나온 것이 야당 리더의 내부에서 공격당하는(혹은 위태로운) 리더십과 함께 검찰이 주축된 현 정권이다. 검찰 개혁의 대척점에 서 있던 학자 출신의 전 장관은 가족 전체가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렸지만, 그 정권을 주도했던 그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그 다음 법무부 장관을 했던 이는 대놓고 내쫓겼다는 표현을 했을 정도다. 그러니 결국 현재 이 나라의 위기는 문재인 정권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그 정권의 총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당시 주요 자리에 있었던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반성하거나 미안해하지 않는다. 도리어 야당의 주도권을 어떻게 하면 자기들의 손아귀로 넣을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자신이 속한 정당의 리더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된 듯 싶다. 

 

현재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몇 가지 것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수산업 피해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 국민들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것. 앞으로 30년동안 방류한다는 원전 오염수. 하지만 이것도 30년이 될 지, 50년이 될 지, 100년이 될 지 모를 일이라고 하니, 한국의 미래 세대들이 겪을 지도 모를 위험과 고통에서 대해 현 정권은 책임질 수 있을까, 현 정권을 옹호하는 기사를 써대는 언론사 종사자들은 책임질 것인가?(이러니 진 시황제가 분서갱유를 하는 거다)  전기세 때문에 슈퍼컴퓨터 가동을 중단시키고 과학 관련 연구 기관들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았으면 쓰지도 않을 나랏돈을 쓰면서 그 어떤 반성도 하지 않는 정부를 보면서, 세상에 이런 정부가 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매몰차게 비판하는 언론이 없다는 것도 황당하다. 

 

현재 군대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사건들은 황당함을 넘어서 19세기 구한말 조선을 보는 듯 싶다. 마치 군대의 체계적인 조직 체계를 흔들며, 항명 사건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도, 도대체 이것을 과연 현 정부는 책임질 수 있는가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런 일이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났다면, 아마 조중동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한 동안 중앙일보를 보다가 아예 끊은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나는 정권에 상관없이 동일 사항에 대해 일관성 있는 태도만 보이면 된다. 일관성이란 정말 중요한 가치다. 아침에 다르고 저녁에 다르면 누가 믿을 수 있는가. 그러니 한국의 언론들은 읽지도 보지도 말아야 한다. 

 

또한 육사에서 일어난 최근 일은 너무 위험한 일이다. 나라에 앞서 이념이 있다는 놀라운 발상이다. 그런데 그 이념이 지금은 아무 쓸모없는 이념이라면? 도대체 이슬람 극단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나라가 이렇게 흘러가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언론도, 학자들도, 대학생들도, ... 어느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은 이번 5년 동안 수십년 이상 과거로 퇴보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현재 한국의 그 어떤 리더들도 그 사태에 대해서 책임지거나 반성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좀 제대로 알고 투표를 해라, 국민들아. 

 

그리고 부디 당부하건대, 이 다음 정권에게 그 책임을 지우지 말아라, 제발, 국민들이여. 그대의 잘못된 투표의 결과임을 직시하길. 

 

 

동네 산책 중, 63빌딩이 눈에 들어와 찍었다. 사진 찍는 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전선이라던데... 전선이 많긴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