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수선하다

지하련 2023. 9. 14. 09:58

 

나라가 너무 어수선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개의 배경이 있다. 첫째, 아무 생각 없이, 또는 잘못된 생각/판단으로 선거 때 2번을 찍은 국민들이 있다. 그러니 그냥 2번을 지지하고 찍은 국민들이 책임지면 된다. 그러니 1번 찍은 이들은 그냥 놔둬라. 둘째, 전 정부/정권 책임자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대단히 성공적인 정부/정권이라고 믿는 듯하여 화가 난다. 심지어 그 정부의 국무총리는 반성은 커녕, 정치에 큰 야망을 두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힘 없는 야당의 모습은 그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지방에서 서점을 하는 전직대통령은 뭐랄까, 그 기분은 알겠지만, 너무 태평한 건 아닌가 싶다. 그냥 아무 활동도 안 했으면.    

 

하지만 이건 그냥 사소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다. 어느 재미(在美) 학자는 어느 글에서 한국 사회는 리더가 엉망이라서 각 개인들이 똑똑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각자도생의 사회)이라면, 서구 사회는 리더가 똘똘해서 각 개인이 다소 모자라고 무능해도 나라가 돌아간다고 했다. 정말 그러하다면, 한국 사회가 제대로 된 리더를 만들고 세울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정말 대단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요원해 보이니, 그리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해결될 것같지도 않다. 나는 솔직히 이것이 조선의(혹은 그 이전부터의), 사대부 선비의 무능함과 닮아 있다. 고려 시대 말 원나라가 고려의 노비제도를 없애라고 권고했으나, 먹히지 않았으며, 조선 세종 때에는 종모법 대신 종부법을 시행하려고 하였으나, 먹히지 않았다(그래서 제임스 팔레는 조선을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노예사회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망해가는 명나라를 두고 기세등등한 청나라와 대립각을 세웠으나, 참혹하게 깨진 후 아무 짓도 못하다가 결국 다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심지어 뭔가 개혁적인 마인드로 나라를 바꾸고자 하는 이가 나타나면 사대부 선비들이 반발했고 그 지식인을 유배를 보내버렸다. 그런데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민이라도 가야 되나, 진지하게 고민스럽다. 그 나라의 리더는 딱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막판 드라마같은 일로 당선되었으나, 결국 탄핵 직전까지 갔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한 번 떨어지고(이 때 사람들은 박근혜를 뽑았다), 촛불 정국으로 당선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 대신 윤 대통령을 사람들은 선택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나라 국민들의 선택은 앞으로도 뻔하다. 계속 이럴 것이니, 현 대통령이나 정권 리더들은 자신들의 잘못이나 무능을 반성할 여지는 전혀 없다. 심지어 현 대통령의 옆집 누나는 소수 진보정당의 리더이지 않은가. 정치인들 대부분은 거기서 거기다. 그러니 국민들이 더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변해야만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텐데,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리더 모습은 딱 그 구성원들의 수준을 대변한다.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 이번 정권에 대해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쏟아낼 것이고 참아왔던 행동들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때 가서 하지 마라. 하고 싶다면 지금 해라. 특히 언론인들은 지금 그렇게 해라. 일관성을 지켜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대하다가 정권 바뀌니, 괜찮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기사들을 보면, 그냥 이 나라에 있다는 게 부끄럽다. 같은 나라에 있다는 게 쪽팔린다. 2번 찍은 사람들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 이야기해라. 지지자의 입장에서. 그래서 이 나라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라. 아무 생각 없이, 그 어떤 비판적 사고도 없이 투표하지 말고.   

 

정말 걱정이다. 또다시 한 번에 민심이 폭발해 버릴까 걱정이다. 뭐, 국민들이 뽑았으니 하고 뒤로 넘기기엔 이번 정부의 앞뒤 막힌 폭주는 참 걱정스럽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갔다 와야겠다. 마음을 가라앉히기엔 이 곳만큼 좋지 않을 테니. 아니면 움베르토 에코가 숨었던 어느 도서관의 구석진 자리이거나. 

 

 

몇 주전 창원에 내려가면서 경부고속도로 옆 노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찍긴 했는데...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면서 이것도 기후 위기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거참... 세계가 기후위기로 위험해 지는데, 환경 문제도 심각해지는데, 이 정부는 지금 아무 쓸모도 없는 과거 이념이 부여잡고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