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2050 거주불능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하련 2023. 10. 22. 15:55

 

 

 

2050 거주불능지구 The Uninhabitable Earth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지음), 김재경(옮김), 추수밭

 

 

번역되자마자 구입했지만, 선뜻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다소 반복되는 내용들과 기후 위기나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증명하는 정보나 통계, 자료 등을 인용하는 것으로 책이 구성된 탓에, 형식 상으로만 보자면 상당히 지루하다. 하지만 반대로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꽤 충격적이고 끔찍하다. 그래서 책을 다 읽은 다음, 우리는 왜 이렇게 태평한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이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기후변화는 티머스 모턴Timothy Morton이 ‘초과물hyperobject’이라고 부르는 개념, 즉 인터넷처럼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개념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요소를 꼽자면 ‘시간’으로, 최악의 결과가 지금으로부터 너무나 먼 미래에 나타나다 보니 우리는 반사적으로 그 실상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32쪽)

 

그래서 기후 위기나 지구 온난화에 대해선 다들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 진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세기를 넘기기 전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올해, 23년 한반도의 여름은 너무 낯설지 않았던가. 솔직히 이 낯선 여름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무조건 읽을 것을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여름에 30도 넘기는 건 그냥 일상이 되었다. 수십년 전엔 여름에도 30도를 넘기는 날이 드물었는데,  이젠 29도만 되어도 시원하다고 여길 정도다. 그 사이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져 한국은 이제 아열대성 기후로 편입되었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싶다. 그렇게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해 인류 문명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루는 숫자가 너무 작다보니 1도, 2도, 4도, 5도 사이의 차이를 사소하게 생각하기 쉽다. (…)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명 이상의 사람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북위도 지역조차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30쪽) 

 

기후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돌이킬 수 없다. 이 책은 돌이킬 수 없는, 다시 돌리기엔 너무 많이 진전된 기후 위기로 인해 인류가 어떤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 지구는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상세한 리포트다. 대부분의 정보들은 모두 출처를 가지고 있으며, 각 내용에 대해서는 웹서핑만으로도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 집계된 바에 따르면 영국 탄소배출량의 절반은 비효율적인 건설 방식이나 사용되지도 버려지는 음식물, 전기, 의복에서 발생한다. 미국 에너지 사용량의 3분의 2 역시 낭비가 불러온 결과다. (59쪽)

 

실제로 매년 약 750억 톤의 토양이 소실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토양이 침식되는 속도가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속도보다 10배 더 빠르다. 중국과 인도는 30~40배나 더 빠르다. (85쪽)

 

무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분의 1이 식품 생산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린피스에서는 심각한 기후 변화를 피하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육류 및 유제품 소비량을 절반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90쪽)

 

롤라즈는 <<폴리티코Politico>>에 소개된 <영양 대붕괴The Great Nutrient Collapse>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밝힌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질수록 지구상에 있는 모든 풀잎은 더 많은 당을 함유하게 된다. …  우리는 생물권 내에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주입되고 그만큼 다른 영양소가 희석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2004년 발표된 획기적인 논문에서 1950년 이후로 우리가 기르는 식물에서 유익한 영양소가 무려 3분의 1이나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먹거리가 전부 불량식품처럼 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꿀벌 화분에 들어있는 단백질 역시 3분의 1만큼 감소했다. (95쪽)

 

빈번한 자연재해(태풍이나 허리케인 등)나 해수면 상승, 지하수의 고갈 따위는 이젠 너무 식상해져, 인용할 필요조차 없다. 인류세Anthropocene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지질시대로 장대한 지구의 역사에 인간이 개입하면서 규정된 새로운 시대를 가리(41쪽)키지만, 관련 이 지질 시대에 인류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인류가 얻은 교훈은 암울하다. 지구온난화가 문제로 인식된 지 70~8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문제에 대처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는커녕 에너지 생산 및 소비 방식에 이렇다할 조정을 가하지 않았다. (75쪽)

 

이런 와중에 <<가디언>>에서는 2017년에 이렇게 자문자답했다.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고 싶은가? 아이를 적게 낳아라.”(204쪽) 묘하게 설득력 있는 저문장은 한국의 인구소멸과 겹쳐 읽으면 더욱 비극적으로 변한다. 또한 빠른 도시화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다.

 

물론 지금도 세계는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유엔에서는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 거주하리라고 예측한다.(81쪽)

 

최근 도시에 대한 찬사로 가득찬 책들을 여러 권 보았지만, 그 책 어디에서도 기후 위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발전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지만, 그건 일부의 염려에 지나지 않는다.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가 보면, 대기오염이 지구온난화를 막아주고 있을 지경이다.

 

지구 대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종류의 입자를 포괄하는 에어로졸은 오히려 햇빛을 지구 밖으로 반사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억제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발전소, 공장, 자동차를 통해 배출하는 모든 비탄소계 오염물질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현재 겪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력을 줄여왔다.(163쪽)

 

이 책에서 언급된 내용은 아니지만, 천 년에 한 번꼴로 분화하는 백두산이 이번에 분화하게 되면, 천천히 상승하고 있던 지구의 연평균 기온을 1~2도 정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할 정도니, 기후 위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를 막기 위한 실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대분기>>는 중국, 인도, 중동의 제국에 비하면 사실상 오래도록 변두리 지역에 불과했던 유럽이 어떻게 19세기부터 그처럼 독보적으로 돋보이게 됐는지에 관한 설명 중 가장 권위를 인정받아 온 책이다. ‘왜 유럽인가?’라는 커다란 의문에 포메란츠는 사실상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해답을 내놓는다. 바로 ‘석탄’이다. (246쪽)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장한 현대 산업의 확장은 이제 선진국을 지나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있는 상태이다. 화석연료를 막겠다는 것은 경제 발전을 막겠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겠다는 말과 같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끔찍해지는 이유다. 절망스러운 예측이 이어지지만, 그것을 막기 위한 우리의 실천안은 보이지 않는다. 기후위기가 심해질 수록 전 세계적으로 분쟁은 늘어날 것이다.

 

위기가 ‘사회’라는 시스템에만 닥치지는 않는다. ‘몸’이라는 시스템에도 닥칠 수 있다. (202쪽)

 

그러나 닥쳐봐야 알 것이다. 

 

문명 차원의 자멸을 앞두고 있는 개인들이 느끼는 철저한 무력감말이다. (230쪽) 

 

우선 인간은 ‘앵커링효과anchoring effect’ 때문에 설령 대표성이 떨어지더라도 처음 한 두 개 사례만 보고 심적 모형을 구축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지구 온난화에 적용하자면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 가지고 기후가 온화하다고 안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모호성 효과 ambiguity effect’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을 고려할 때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낄 상황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결과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240쪽)

 

앞으로 기후 변화가 최종 단계에 접어드는 것은 개발 도상국의 산업화 흐름 때문이겠지만 상위 10퍼센트 부자들이 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금으로서는 상당 부분의 책임이 부유한 사람들에게 있다. (225쪽)

 

책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태도나 마음가짐을 언급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실은 이 정도의 실천안이라도 제공하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

 

오늘날 제퍼스는 주로 인류 문명의 쇠퇴를 예언한 선지자로 알려져 있으며, ‘비인간주의inhumanism’라는 노골적인 이름의 철학으로 유명하다. 제퍼스의 사상을 간단히 요약하지만, 사람들이 비인간적인 우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장엄한 자연보다는 인간의 지위에만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린다며 이를 거부하는 신념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그런 인간 중심적인 관점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고 비판한다. (313쪽)   

 

미국의 시인인 로빈슨 제퍼스는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하긴 현대는 확실히 시인의 시대는 아니다). 저자가 이 시인을 절망적인 사실들로 기후위기를 논하는 책 마지막 부분에 언급하는 의미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그리고 최근 인문학의 한 흐름인 포스트휴머니즘 Posthumanism 에 대해서 떠올렸다. 어쩌면 인류는 다음 시대를 절망적으로 시작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 시대를 떠올리니, 너무 끔찍해졌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는 지구온난화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기후 이념상의 격차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러시아는 산유국인 동시에 지구온난화가 계속 되더라도 지리적 이점 덕에 이득을 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때문에 사령관인 푸틴 입장에서는 러시아 내외로 탄소 배출량을 억제하거나 경제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 위해 애쓸 유인이 사실상 전혀 없다. (291쪽)

 

더 나아가 매우 끔찍하게도 기후위기는 현재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위기들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이걸 말하고 싶었지만, 가끔 나만 이렇게 호들갑인가 하는 회의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래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칠판에 적은 것들이다. 

 

 

 

 

 

 

독서모임 빡센 (현재 오프라인 모임 친구들을 찾고 있어요. 참여자가 저조해서;;;;) 

https://cafe.naver.com/spacewine  

 

David Wallace-We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