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방을 앞으로 돌려맨 그녀는 9호선 급행 열차의 문이 열리자 곧바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누구보다 빨리 돌진했다. 마치 죽음을 각오한 듯 비장한 돌진이었다. 새치기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일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삶은 돌진이 아니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종종 자신의 일상을, 인생을, 세계를 규정짓는다. 열차 안 가득 빼곡한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그녀 위로 다른 사람들이 다시 쌓이고 출입문이 닫히고 다음 역을 떠난 전동 열차를 보면서 다양한 대안들을 떠올렸다. 자신의 작은 행동들이 쌓여 결국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들은 자주 잊어버린다. 이러니 세상 탓을 해야할 것도, 자기를 탓하게 된다. 뒤늦은 반성과 후회로 자신을 보니, 모든 게 자기 탓이 된다. 그러니 자주 자신을 둘러보며 살아야 된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자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돌이켜봐야 된다. 이렇게 살아도 쉽지 않은 현대 사회다. 피로 사회다.
맹렬하게 9호선 급행 열차 안으로 돌진한 작은 그녀를 보면서 문득 저렇게 하루를 시작해야만 우리의 일상이 빛나고 가치있게 되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름 모를 그녀가 무서워졌다.
가을 햇살이 좋지만, 그걸 즐길 여유가 없다. 미팅을 끝내고 나와 양평역 인근 커피숍으로 들어와 노트를 하며 커피를 마셨다. 그러나 커피는 스타벅스가 좋구나. 집에 있는 원두도 좋은 걸로 바꾸어야지. 마트에서 파는 1kg 원두를 구입했더니, 집에서 내려 먹는 횟수가 현저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