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영풍문고에서 구입한 소더비 카타로그

지하련 2005. 2. 8. 00:47

고향집(* 창원)에 내려가기 위해 고속버스 승차권을 한 장 사고는 습관처럼 영풍문고를 들렸다.

요즘 내가 찾는 책은 크리스토퍼 래쉬의 <<나르시시즘의 문화>>(문학과 지성사)이지만,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에 절판되었다고 한다. 책 제목 자체가 꽤 흥미로워, 헌책방에서도 구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영풍문고를 어슬렁거리다가 외서 코너에서 소더비나 크리스티의 경매 카타로그를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두 권을 구입했다. 서울 옥션에서는 이런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보통의 화집보다 인쇄나 편집, 대부분의 면에서 뛰어난 책자였다.

홍대 앞에 헌책방에서 소더비 카타로그를 본 적이 있었지만, 얇은 책에 별 내용 없는 듯해서 무심코 지나쳤는데, 영풍문고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두껍기도 하거니와 화집과 같은 구성이어서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다.

이런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봐야되는데. 요즘 하는 일들이 잘 되면 올해 하반기엔 프랑스를 한 번 정도 갔다 올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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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작품이다. 가격은 약 70억원 정도. 로또 몇 번 걸려야 살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은 "Femme Ecrivant" 아래의 책자 안에 있는 그림인데, Evelyn Sharp라는 여성의 Collection인데, 소더비 경매에 유명한 화가들의 여러 작품들을 내놓은 모양이다. 마르크 샤갈, 시암 쑤띤, 조르주 루오, 특히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라 아예 가격을 매겨놓지 않은 작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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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경매에 나온 여러 작품들이 실려있다. 아래 그림도 이 책자에 실려있는데, 거참, 무슨 짓을 하는 그림인지... 이거 바로크겠구나 하는 했더니, 17세기 초에 제작된 작품이다. 바로크 시대(17세기부터 18세기 중반)는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의 합리주의로도 유명하고 푸생이나 렘브란트와 같이 대체로 얌전했던 화가들도 있었지만, 남성주의가 꽤나 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뭐라고 할까. 남성의 수학적 이성, 또는 세속의 힘(* 절대왕정과도 연결되는)이 여성의 퇴폐적인 면이나 비합리적인 면을 조절한다고 믿었다고 할까. 이렇게 보면 페미니즘 지지자들이 바로크 화가들을 좋아하면 뭔가 이상하다. 미술의 역사 속에서 남성적인 면이 가장 강하게 부각되는 시기가 이 바로크 시대였기 때문에. 그리고 렘브란트도 베르미르도 ... 네덜란드 바로크 화가들의 작품들 속에서도 쉽지 않게 이러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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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작품은 Salvator Rosa의 <Glaucus and Scylla>(1628)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Matamorphoses>에 나오는 인물들로 Glaucus는 어부이고 Scylla는 님프요정이다. 그런데 Glaucus는 Scylla가 목욕하는 걸 보고는 바로 사랑에 빠졌다나?? 그런데 Glaucus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마법사인 Circe가 이 장면을 보고 Glaucus의 말도 안 되는 짓을 말리기 위해 Scylla를 요상하게 생긴 바다괴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목욕하는 걸 보고 바로 사랑에 빠져, 바로 덤빈다? 이것이 바로 바로크적 상상력이 아닐까 싶다. 하긴 이런 시대가 있었다. 19세기까지. 그리고 제 3세계나 도시의 어두운 곳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게 사랑일까 싶다. 쩝. (* 아래 작품의 가격은 4천만원에서 7천만원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