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기록. 2024년 12월 7일

지하련 2024. 12. 8. 09:08

 

기말고사가 있었다. 매번 등록만하고 수업을 거의 듣지 못하고 어떻게 수업을 들으면 여러 업무 탓에 시험을 치르지 못해 매번 졸업 이수 학점을 채우지 못했다. 몇 점 남지도 않았는데.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전형적인 천칭자리다. 우유부단하여 결정이 느리다. 그리스 신화의 '파리스의 심판'에 등장하는 파리스라는 목동도 천칭자리다. 제우스조차 결정내리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하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별자리가 천칭자리다. 아니면 그런 강박관념을 가지고 태어나는 바람에 모든 질문들에 대해 너무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하며 실행에 느린 경향을 지닌다고 평가받곤 한다. 

 

이럴 땐 주위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다행인 것은 나이가 들수록 주위의 조언을 잘 듣고 바꾸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자신의 한계를 알며 자신의 현재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동기와 역량을 갖춘다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합류한 팀 멤버가 자신은 먼저 움직인다고 말했다. 나에게 말하긴 고민만 하지 말고 움직여라고 조언했다. 정답이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실패한다. 망한다. 그러니 실행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랬는데도 실패하면 실패하게 되는 경우를 하나 알게 되는 것이니, 다음에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민주주의도 그런 실패들의 연속으로 쌓여간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허약하다.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그러니 저런 정치지도자를 옹립하여 나를 위기로 빠뜨린다. 계엄령 이후 망가진 환율 때분에 국고 15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150조원. 이 돈이면 이재명 대표가 국민들에 25만원 씩 주자고 한 것을 12번을 실행할 수 있을 정도다. 그 돈을 환율 방어에 버렸다. 빠진 주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의힘은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지 않기 위해 퇴장해버렸다. 기말고사를 끝내고 조금 두터운 옷으로 갈아입고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날은 춥고 어두워져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았다. 거리에도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오후 내내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은 결국 탄핵이 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슬퍼하며 지하철역으로 몰렸다. 지하철 역 안에서도 '탄핵하라'라는 구호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어떤 젊은이는 "이 나라가 없어질까봐"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긴 계엄 이후의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지. 국민학교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다는 소식에 학교 운동장에 모여 묵념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왜 울었냐고? 다 우니까 따라 우는 거지. 계엄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 땐 확실히 한심한 국가였다. 그 때 코끼리밥솥이 유명했다. 해외 여행을 나가기 어려웠고 부자들에겐 일본의 '코끼리밥솥'이 선망의 대상이어서, 운 좋게 외국에 나갔다 오는 사람들이 몰래 숨겨들어오는 '코끼리밥솥'이 TV뉴스에 나오던 시절이었다. 외화 벌이하던 시절, 밥솥이나 사온다고. 

 

그런데 갑자기 그 때 그 시절의 나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나라로 내려간 다음, 아직까지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월요일 시장 반응이 어떨까. 이번에 탄핵되었다면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을 텐데. 탄핵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밤 늦은 시각이지만 나갔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밤 9시가 지난 시간에도 어린 아이와 나온 젊은 부부를 보며, 광화문에서의 촛불시위가 떠올랐다. 그 때 우리 부부도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나이가 든다는 건 세상에 대해, 젊은 세대에 대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음을 뜻한다. 

 

내일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