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존재와 무 -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변광배

지하련 2005. 11. 13. 00:27
존재와 무 - 8점
변광배 지음/살림



존재와 무 -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 변광배 지음, 살림, 2005



오래 전 삼성출판사에서 두 권으로 번역되어 나온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읽으려다 여러 번 실패하고 만 나로선 이 책은 꽤나 유용한 개설서의 역할을 했다. 책의 삼 분의 일은 사르트르에 대한 이야기로 할애되어 있으며 나머지 삼 분의 이가 <<존재와 무>>에 나온 주요개념들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주요 개념들로는 ‘무신론과 존재의 우연성’, ‘의식과 사물 그리고 의식의 지향성’, ‘무와 무화작용’, ‘즉자존재와 대자존재’, ‘실존의 불안과 자기 기만’, ‘타자와 시선’, ‘신체’, ‘시선 투쟁과 갈등’, ‘타자와의 구체적 관계들’, ‘실존의 세 범주: 함, 가짐, 있음’ 등이다.

철학 입문서라는 생각에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도리어 철학 입문서라고 하기에 너무 쉽게 읽히는 것이 흠이 될 정도이다. 그리고 도리어 과연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를 틀린 곳 없이 중요한 부분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설명하고 있는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저자 스스로 문학 전공자이며 문학 전공자로서 사르트르 철학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아는 것만을 옮겼으며 사르트르의 문학 작품에서 도움이 될 만한 부분들을 인용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가 가졌던 영향력이나 선/후 철학자들과의 관계, 20세기 후반 문화예술에 끼친 영향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어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대한 정확한 조명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이것은 이 책의 기획의도의 한계이라는 점에서, 또한 반대로 이 한계로 인해 이 책은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장단점을 동시에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실은 나 같은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부족함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