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비디오 테잎

지하련 2003. 7. 1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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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창원. 새벽 3시. 불꺼진 지하 비디오 대여점. 카운터에 앉아 비디오들을 카피했다. 그 때 많은 사연을 만들었다. 어느 지방 도시에서 열린 시네마떼크에 나가기도 했고 새로 생긴 잡지의 모니터 기자도 했고 슬픈 인연을 만들기도 했다.

   그 때 새벽이면 단란주점에서 삼촌을 하던 친구와 술을 마셨고 다른 단란주점에 나가던 여자아이와 나이트를 놀러가기도 했다. 그 때 왕가위, 키에롭스키, 데 시카, 장 뤽 고다르, 브레송, 테렌스 멜릭, ... ... 이십대 초반이었으니... 꽤나 심각하던 나이였다. 그 때 처음 재즈를 만났다. 덱스트 고든을 좋아했었다.

   그 지하 비디오 대여점에서 복사해놓은 테잎들을 이제서야 정리한다. 돌이켜보니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오늘 무척 피곤했다. 일은 많고 도망칠 수 없고 서울 하늘은 너무 높았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내 옆으로 출근하는 이쁜 여자들이 인생은 처절한 것이라며 몸으로 노래하고 문득 이혼을 하겠다던 그 선배 얼굴이 떠오른다.
 
   너무 오래된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면 ... ... 나 보고 어쩌란 말인가.

   참 그립다. 참 그리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