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는 걸 알지 못했다. 바빴고 여유가 없었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한강을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누구에게도 추천을 받지 않았다. 노벨 문학상을 받기 전의 르 끌레지오를 사랑했지만, 그보다는 밀란 쿤데라가 받을 것이라 여겼다. 모디아노가 받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하루키는 받지 못할 것이며, 오에 겐자부로의 목소리는 일본 속의 소수자들을 대변할 뿐이었다. 창원에 내려와 도서관에 잠시 들렸다. 도서관 창으로 숲이 보이고 가을이 보였다. 고향 집으로 가면서 노란 은행잎을 책 속에 넣었다. 추억이 떠올라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