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면 발작증.
My Own Private Idaho 첫 몇 쇼트에 나오는 단어.
그리고 시인 박서원이 앓고 있는 병.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꽤나 멋있게 보였던 병(* 수전 손탁이
말한 병의 은유?). 하버드 대학 법대에 다니는 애인과 헤어지
고, 119 구급 대원과 결혼한 여자. 그리고 그 결혼의 실패.
문학 잡지에 실린 그녀의 시를 읽고, 손톱 만한 그녀의 사
진을 보고 난 다음 풍부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라는 감상과
함께 실제로 만나면 꽤나 매력적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
나, 열음사에서 나온 그녀의 첫번째 시집은 그다지 좋지 못했
고, 그것이 끝이었다. 가끔 잡지에서 그녀의 시를 읽었고, 최
근에 나온, 문학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았던 시집들을 보긴 했
지만 사서 읽진 않았다.
오늘 신문 기사들 가운데 그녀의 기사가 실렸다. 어느 후배
가 짙은 화장을 한 그녀가 자신의 시를 읽는 모습을 보고 반했
다고 말하는 풍경을 떠올려 보며, 그녀의 실패한 사랑과 그녀
의 육체와 그녀의 고통을 생각해 본다. 가을 오후 늘 주머니에
약통 하나를 가지고 다니는 시인의 노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