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미켈란젤리와 잭 케루악

지하련 2025. 5. 13. 08:34

 

1.

한동안 미친듯이 들었던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한참만에 꺼내 듣는다. 한껏 마음이 부풀어오른다. 너무 혼란스러운 세상. 이틀 만에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되었다. 다행이다. 지금 전 세계를 보라. 제대로 된 정치가가 어디 있는지. 종교 지도자라도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할 판이다. 여기 이 땅도 새로운 지도자가 나올 것이니. 그나마 오늘 우리를 위로해주는 건 한 잔의 술과 임윤찬, 살아있는 몇 명의 작가들과... 대부분 이미 죽은 예술가들 뿐이다. 그리고 지금 미켈란젤리의 오래된 피아노 소리...

 

 

2.

술 이야기로 시작하는 보기 드문 소설. 심지어 잭 케루악은 과음으로 죽었다. 진정 비트문학! 이 책을 읽고 "On The Road"를 읽어야지. 하지만 술은 멀리. ... 그러나 술들의 유혹은 이어진다. 주말에 마신 뉴질랜드 피노누아에 이어 이번 주말엔 쿨일라와 만날 예정이다. 내 몸이 피트로 물들 때 비트 문학은 내 진실된 벗이 되어주리라. 긴즈버그, 케루악, 버로즈.... 

 

 

3. 

어제 자기 전에 딸기잼을 만들었다. 냉장고에서 들어간 지 며칠 된 딸기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만들고 보니,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심야에 편의점에 가서 식빵이 있는가 보니, 없었다. 오늘 퇴근길에 식빵 하나 사와야지. 아들이 먹어보더니, 딸기잼 맛이 난다며 좋아한다. 역시 단맛은 사춘기 아들도 기분좋게 하는 모양이구나. 단맛이라... 나도 단맛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잭 케루악은 단맛 같은 사람이었을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미켈란젤리는 확실히 아니다. 저 고집불통 피아니스트는 아예 자기 피아노를 들고 비행기를 탔던 사람이다. 성격이 지랄 같아서 연주는 실제 청중 앞에서 하는 거지, 스튜디오에서 하는 건 아니라는 신념에서 실황 연주 앨범들만 있을 뿐이다. 연주의 정점은 지랄 맞게 느린, 그러나 때론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선사한 지휘자 첼리비다케를 만났던 때가 아닐까. 나는 이 앨범을 두 개가 가지고 있다. 동일한 연주 앨범인데, 자켓이 달라 ... 샀다. (어쩌면 시디에 담긴 곡 순서도 달랐던 것같은...) 여튼 오늘 단맛 같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