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살아있는 산, 낸 셰퍼드

지하련 2025. 5. 5. 08:43

 

 

 

 

살아있는 산 - 경이의 존재를 감각하는 끝없는 여정

낸 셰퍼드(지음), 신소희(옮김), 위즈덤하우스 

 

 

View of the Cairngorms National Park

 

술자리에 남북 통일의 여러 이유들 중 하나로 '개마고원에서 하루나 이틀 야영(캠핑)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한반도 면적의 약 20%를 차지하며 평균 해발 고도가 700미터에서 2000미터 사이에 있는 고원지대. 한반도의 지붕이라 불리는 곳. 이 책을 읽으며 '개마고원'을 떠올렸다. 한국도 캐언곰 같은 곳이 있다면 아마 개마고원일 것이라고. 

 

산을 아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등산 장비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20세기 중반에 낸 셰퍼드는 참 잘 다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남자이지 않을까 추정했다. 가끔 여자 이름을 쓰는 남자도 있는 법이니. 하지만 여성 작가였다니. 아래는 책을 읽으며 메모해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어로 읽고 싶어졌다. 이런 식으로 사두기 시작한 영어책이 너무 쌓이고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으니, 더 노력하자. 그리고 나도 이런 멋진 자연 속에서 남은 생을 보내길 희망해보자. 낸 셰퍼드는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그녀의 글 속에 그런 충만함이 넘쳐나니까.  

 

고원의 여름은 꿀처럼 달콤할 수 있지만, 엄청난 재난이 될 수도 있다. 양쪽 다 고원의 본질인 만큼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들 것이다. (14쪽) 

 

 

산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애초부터 산에 오르지 않고,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만족할 줄 모른다. 산을 향한 갈망을 채우면 채울수록 커지며, 술이나 열정과 마찬가지로 생명을 영광의 절정까지 몰고 간다. (21쪽) 

 

고원식물은 작달막하다. 바람에 날릴 수 있는 늘어진 말단 부분 없이 땅바닥에 꼭 붙어 있다. 이들은 지표면을 따라 기어가거나 지표면 아래로 기어든다. (82쪽) 

 

캐언곰의 10월은 알록달록하다. 6월보다 훨씬 찬란하고 8월보다 더욱 강렬하게 타오르는 계절이다. (89쪽) 

 

 

산에서 잠든 적이 없는 사람은 산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잠에 빠져들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은 녹아내려 지각만이 남는다. 잠든 사람은 생각하지도, 욕망하지도, 기억하지도 않고 물리적 세계와의 순수한 친밀감 속에 머문다. (144쪽) 

 

 

 

30대의 낸 셰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