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빨리 사무실을 나왔지만, 그래도 집에 오면 늦었다, 늘. 연휴 때 미사에 가지 못했고 음력으로 다시 시작하는 새해라, 나름 반성한다는 뜻으로, 평일 저녁 미사엘 갔다. 본당 보좌 신부님 헤어 스타일이 변해 다른 신부님이 오셨나 생각했다. 퍼머를 한 단발이었다가 이젠 단정한 스타일이다. 나이 든 신자들은 좋아하시겠다고 적었다가, 나도 나이 들었음을 떠올린다. 평일 저녁 미사를 금방 끝난다. 그래도 미사를 보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이제 서둘러 집에 갈 시간이다. 저녁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집에 도착하니, 아들은 학원에서 오지 않았고 아내도 퇴근을 하지 않았다. 살짝 냉기가 도는 어두운 집에 전등을 켰다. 조금 늦게 들어오는 불빛, 인공의 환함. 나는 다시 집을 나왔다. 면세, 침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