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성 3

과학사상사, 혹은 과학사

그리스 과학은 주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순수하게 지적이었다. 그것은 정신의 내부에서 출발했고 현상을 자기 인식이라는 낯익은 말로 설명하기 위하여 그 속에서부터 목적, 영혼, 생명, 유기체 같은 개념이 외부로 투영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어떤 설명을 할 때 그 성공 여부는 오직 그것의 보편성과 이성을 만족시키는 능력에 달려있었다. 그리스 과학은 실험을 거의 몰랐다. 그리고 호기심을 넘어서 적극적인 힘으로 나아가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서 근대 과학은 비개성적이고 객관적이다. 그것은 그 출발점을 정신 외부의 자연에 두며, 새로운 현상을 예측하고 새로운 개념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또 실험을 통해서 검증하기 위하여 모은 현상의 관찰 결과들을 분석-종합하여 여러 ..

(정치)평론가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지금 페이스북은 정치 싸움 중이다. 각자 편을 나누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야기를 퍼다 나른다. 나 또한 그렇게 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여는 즐거운 이벤트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한국의 정치 지형은 너무 형편없고 몇 명의 후보는 누가 봐도 함량미달인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만만치 않다(일부 국민의 정치에 대한 이해나 식견이 한참 모자른다고 볼 수 밖에 업다고 말하는 너무 심한가. 하긴 트럼프도 만만치 않았으니, 여기나 거기나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도덕 수준은 형편없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치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정치에 대한 이해나 분석력이나 판단이 희미해지는 듯 싶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학자나 정치평론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

역사란 무엇인가, E.H.카

역사란 무엇인가 E.H.카(지음), 김택현(옮김), 까치 다 읽고 생각해보니,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보다 ‘역사학이란 무엇인가’가 더 적당한 제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학자들에게 시선이 고정된 이 책은 학문으로서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마르크 블로크가 그의 시선을 ‘인간’에게 고정했던 것과는 다소 관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위상이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의 비관주의자들에게는 Carr가 너무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종종 겁을 내는 듯이 비추어지거나 억지로 낙관주의적 관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논리적인 완결성, 또는 철저한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인류는 계속 살아갈 것이고 역사는 이어질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