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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신기관 Novum Organum 

프랜시스 베이컨(지음), 진석용(옮김), 한길사 



근대(Modern)를 여는 대표적인 고전이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평이했다. 도리어 아리스토텔레스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베이컨의 문장들이 더 흥미로웠다. 지금 해석되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당시(1620)에 받아들여졌던 아리스토텔레스가 다르든가, 아니면 스콜라철학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본 아리스토텔레스였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은 전체적으로 연역법적 태도를 공격하고 귀납법적 태도를 옹호한다. 어쩌면 전체주의 시대를 겪었던 칼 포퍼가 시대를 거듭하며 다른 모습을 재현되는 플라톤주의를 공격하듯(<<열린 사회와 그 적들>>), 베이컨은 17세기 초반 서구 문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세주의(연역법, 스콜라철학, 아리스토텔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이 책, <<신기관 - 자연의 해석과 인간의 자연 지배에 관한 잠언>>을 쓴 것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책임을 알 수 있었다. 


17세기부터를 근대라고 부르기로 한다면, 베이컨은 근대의 문을 연 사람이고, 근대 정신의 특징을 과학적 접근 방법이라고 한다면 귀납적 관찰 방법을 주창한 <<신기관>>은 근대 과학 정신의 초석을 담은 저작이다. <<신기관>>이라는 제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서인 <<기관 Organum>>에 대한 대항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 13쪽 


'참된 귀납법'을 채택하기만 하면 저절로 자연의 진리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정신 속에서 깊이 뿌리박혀 있는 편견, 즉 '우상(idola)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인간의 정신을 사로 잡고 있는 우상에는 네 종류가 있다. 종족의 우상(Idola Tribus), 동굴의 우상(Idola Specus), 시장의 우상(Idola Fori), 및 극장의 우상(Idola Theatri)이 바로 그것이다. - 22쪽 


'종족의 우상'은 인간성 그 자체에, 인간이라는 종족 그 자체에 뿌리박오 있는 우상이다. (... ...) 베이컨은 종족의 우상에 사로잡힌 인간의 지성을 "표면이 고르지 못한 거울"에 비유했는데, 이런 거울은 "사물을 그 본모습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서 나오는 반사광선을 왜곡하고 굴절시켜 보여준다." - 22쪽 


'동굴의 우상'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우상이다. 즉 개인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인 오류와는 달리) '자연의 빛'(light of nature)을 차단하거나 약화시키는 '동굴' 같은 것을 제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 22쪽


'시장의 우상'은 인간 상호 간의 교류와 접촉에서 생기는 우상이다. (... ...) 잘못된 언어는 지성에 폭력을 가하고, 모든 것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인간으로 하여금 공허한 논쟁이나 일삼게 하고, 수없는 오류를 범하게 한다. - 23쪽 


마지막으로 '극장의 우상'은 철학의 다양한 학설과 그릇된 증명 방법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생기게 된 우상이다. (... ...) 이 철학 체계들은 "대체로 적은 것에서 많은 것을 이끌어내거나, 많은 것에서 극히 적은 것만을 이끌어내 그들 철학의 토대를 세우기 때문에 실험과 자연사의 기초가 박약하다." 이러한 엉터리 철학은 세 종류가 있는데, 궤변적인 것(아리스토텔레스와 스콜라철학자들)과 경험적인 것(연금술사들과 길버트)과 미신적인 것(피타고라스 학파, 플라톤학파, 파라셀수스 학파) 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우상들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연히 얻은 경험이 아니라) 계획된 실험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중간 수준의) 공리를 이끌어내고 이 공리에서 다시 새로운 실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23쪽 


실제 책을 인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진석용 교수의 서문만 읽어도 이 책을 알 수 있다. 다소 중언부언하는 투로 전개되어 책 자체의 밀도는 떨어진다. 


베이컨의 <<신기관>>은 크게 1권과 2권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1권에서는 귀납법적 태도와 4가지 우상에 대한 공격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2권에서는 그가 직접 귀납법적 태도로 연구한 사례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솔직히 2권은 읽지 않아도 무방할 정도로 난삽하다. 지금의 눈으로 볼 때, 책에 기술된 그의 실험, 분류, 정의 등은 엉성하기만 하다. 그가 집요하게 공격한 아리스토텔레스보다 더 비논리적으로 보일 정도다. 어쩌면 귀납법적 태도도 비논리적으로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귀납법 보다는 연역법적 태도가 호소력이 있고 공격적이다. 이 점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연역법에 젖어있는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이 대체로 연역법적 태도, 철학, 방법론에서 기인한 것이라면(포퍼리안들의 주장), 이 책은 연역법적 태도를 공격한 최초의 책들 중 한 권이다. 이 점만으로도 이 책은 근대를 여는 고전이 될 수 있다. 


전공자가 아니라면 진석용 교수의 서문만 읽어도 프랜시스 베이컨과 <<신기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을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는 뜻) 



(* 위 인용 쪽수는 아래 책과 다르다. 2001년도에 출간된 구간을 읽었다.) 


신기관 - 8점
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진석용 옮김/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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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롱기누스(지음), 김명복(옮김), 연세대학교 출판부. 2002년 




수사학 책이다. '숭고sublime'에 현혹된 셈이다. 역자인 김명복 교수에 의하면, 숭고의 개념은 수사학에서 시작되어 문화와 예술 전반에, 그리고 자연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알고 있는 '숭고'(예술과 미학에서의)와 롱기누스가 이야기하는 바 '숭고'(수사학에서의)는 다른 것이다.


이 책은 웅변술, 저술에서의 표현과 수사법에서의 숭고에 대해서 논의한다.  


진정한 숭고미란 내적인 힘이 작용함으로, 우리의 영혼이 위로 들어올려져, 우리가 의기 양양한 고양과 자랑스런 기쁨으로 충만하게 되고, 우리가 들었던 것들을 마치 우리 자신이 그들을 만들어냈던 것과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 - 29쪽 



그래서 철학적인 견지에서의 숭고라든가 조형예술에서의 숭고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책을 얇고, 읽는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천년 전에도 그랬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읽는다. 말하는 방식이나 문장의 서술에 있어서의 '숭고'가 이 책의 주된 테마이며, 이 테마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는데, 그 흔적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따라서 숭고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역자의 해설이나 뒤편에 실린 워즈워드의 글도 좋다. 롱기누스도 간간히 조형예술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나, 극히 일부분이다. 가령 아래의 부분 정도.



똑같은 관계가, 또한 회화에서도 일어난다. 비록 색으로 재현되는 빛과 어둠이 똑같은 표면 위에서 나란히 존재하지만, 시야를 붙잡아, 눈에 띠게 보일 뿐 아니라, 더욱 더 가까이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바로 빛이다. 그런 현상은 문학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감정들과 숭고미의 개념들에 호소하는 것들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유사성과 탁월한 수사들이다. 이들 탁월한 수사적 비유들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주의를 끌여들여, 우리의 가슴에 호소하는 까닭에, 수사의 기교는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69쪽 



2002년에 출간된 책인데, 아직도 구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거의 읽히지 않는다고 말해야 할까. 실은 천병희 선생이 옮긴 롱기누스의 <숭고에 대하여>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도 수록되어 있으니, 어떤 이들은 천병희 선생의 번역으로도 읽었을 것이다. 


옛날 책 읽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권할 만하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시대의 웅변이나 문학적 표현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롱기누스의 숭고미 이론 - 8점
디오니시우스 롱기누스 지음, 김명복 옮김/연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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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10점
강상구 지음/흐름출판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강상구 (지음), 흐름출판



출판사 담당자에게 이 책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다음, 바로 서평을 쓰지 못했다. 쓰지 못한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이제 내 나이도 마흔이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라는 책 제목도, 마흔에 꺼낸 ‘손자병법’에 대한 저자의 머리말도,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손자병법 孫子兵法>>을 처음 읽은 건 20대를 마치고 30대를 준비할 때였다. 패기만만하고, 세상이 다 내 것처럼 보이던 그때, 내게 <<손자병법>>은 ‘싸움의 기술’이었고 '승리의 비법‘이었다.
‘싸움은 속임수다’(兵者詭道병자궤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진정 이기는 것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이지병 선지선자야) 같은 단편적인 문장들이 마치 마법사의 주문처럼 나를 매료시켰다.
(중략)
<<손자병법>>을 다시 꺼낸 건 나이 마흔을 맞이하면서였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고 나는 부쩍 작아져 있었다. 사회에서의 지위는 높아졌지만 말은 조심스러워졌다. 어릴 적 그토록 쉽게 거부했던 또는 당당하게 논쟁을 벌였던 상사의 지시에 더 이상 토달지 않게 됐고, 후배들에게 지시보다는 부탁을 하게 됐다. 마침 입사 이래 처음으로 내근을 경험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읽어나간 <<손자병법>>의 느낌은 10여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톡톡 튀는 경구가 아니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 비로소 보였다.
- 머리말 ‘손자병법, 비겁의 철학’ 중에서



손자병법, 마지막으로 손에 들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동양고전을 읽지 않았던 내 독서 태도 탓이다. 그렇다면 다른 것이라도? 그런데 저자는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 손자병법을 읽었고 자신의 시각으로 손자병법에 대한 책 한 권을 써 세상에 내보였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솔직하다. 손자병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예시를 제공하여 손자병법 원문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는 손자병법을 읽어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행간 사이사이에 드러낸다. 스스로를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을 써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손자병법’을 ‘비겁의 철학’으로 해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시무시한 살육이 자행되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연전연패한다. 그렇게 살아,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새 나이 마흔이 되고 손자병법을 손에 들었지만, 어디서 전투가 일어나고 어디에서 상처 입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적들로 둘러싸여 그 어떤 움직임도, 그 어떤 소리도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분투할 뿐이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은 우리 짧은 인생의 은유이면서 삶의 지침이며 변명처럼 읽히다. 읽어가며 무수한 밑줄을 그었지만, 이 짧은 서평에 인용하지 못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손자병법을 다시 읽을 생각이다. 그 위로 내 삶을 올려볼까 한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다른 일상에서 내 삶의 태도, 언행을 다시 되새기면서 전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 서평을 읽을 이에게, 이 가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바라보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를 조금이나마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지도. (어쩌면 내 나이가 마흔이 되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목차에서 느끼는 것과 달리, 책은 딱딱하지 않고 많은 예시로 쉽게 읽을 수 있다.

목차

1. 始計 시계 - 전쟁이란 무엇인가
2. 作戰 작전 - 전쟁, 오래 끌면 헛장사다
3. 謨攻 모공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진정한 승리다
4. 軍形 군형 - 이기는 싸움만 한다
5. 兵勢 병세 - 계란으로 바위치기? 바위로 계란치기!
6. 虛實 허실 - 선택과 집중
7. 軍爭 군쟁 - 지름길은 없다
8. 九變 구변 - 장수의 조건
9. 行軍 행군 - 본질은 숨어있다
10. 地形 지형 - 패전의 이유
11. 九地 구지 - 본심을 들키면 진다
12. 火攻 화공 - 얻는 게 없으면 나서지 않는다
13. 用間 용간 - 아는 게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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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o da Vinci
Mona Lisa
1503 - 1505, Oil on cottonwood, 76.8 x 53 cm, Musee du Lou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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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o da Vinci
Mona Lisa (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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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vard Munch
Puberty
1895; Oil on canvas, 150 x 110 cm (59 5/8 x 43 1/4 in); Nasjonalgalleriet (National Gallery), Os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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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zio Raffaello
The School of Athens
1509, Fresco, width at the base 770 cm, Stanza della Segnatura, Palazzi Pontifici, Vatican


A.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나 라파엘로의 <아테네학당>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리고 실제 작품을 보고 놀라워한다. 하지만 이런 가정을 해보자. 미술사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어느 현대인이 난생 처음 <모나리자>나 <아테네학당>을 보았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이 두 작품과 함께 뭉크의 <사춘기>를 보여준다면. 한 번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자.

1. ‘현대인’은 누구인가? 남편과 아이를 회사로, 학교로 보내고 아파트에 홀로 남은 중년의 여성. 또는 밀린 일들을 처리하다가 상사의 눈치를 피해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회사원. 혹은 매번 입사원서에서 떨어지는 20대. 우리에게 ‘현대인’이라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에게 ‘현대’란 과연 어떤 시대인가? 그것은 좋은 시대인가, 나쁜 시대인가?

2. 현대인은 <모나리자>를 보고, <아테네학당>을 보면서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마찬가지의 이유로 <사춘기>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리어 <사춘기>를 싫어할 지도.

3.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있다.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이 있다. 대부분의 뛰어난 현(근)대 작품들은 보는 이를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위대한 고전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고전 작품을 위대한 것이고 아프게 하는 현(근)대 작품은 그렇지 않은 것일까?

4. 그렇다면 어느 작품이 우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일까? 마음이 흔들리게 하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감동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B.
‘고전Classic’이라는 단어는 로마 시민 5계급 중 가장 높은 계급을 의미하는 ‘Classis’에서 유래하였다. 이 단어의 형용사형인 ‘Classicus’는 높은 수준의 작가나 그의 작품을 뜻하였으며 이것이 굳혀져 ‘고전Classic’이 되었다. 그리고 13세기, 14세기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들이 잃어버렸던, 잊고 지냈던 그리스, 로마 문명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기 시작한다.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단어가 뜻하는 ‘재탄생’은 바로 그리스, 로마의 재탄생을 의미했다. ‘고전’이라는 단어가 요즘의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였다. 그래서 그리스적이거나 로마적인 양식을 그 당시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고전적’이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예술의 역사에서 ‘고전주의’라고 하였을 때, 그리스 고전 시대, 기원전 4세기 - 5세기의 작품들은 포함되나, 그리스, 로마의 다른 시대의 작품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였을 때의 ‘고전’이라는 단어가 미술사에서는 그 쓰임을 다르다. 높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는 오래된 과거의 작품들을 모두 ‘고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술사에서 ‘고전주의’는 구성이나 색채 측면에서의 양식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양식(태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르네상스 고전주의’나 ‘신고전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며, 일부 모더니즘 양식의 작품을 두고 ‘고전적 현대’라고 하는 것이다.

고전주의의 양식적 특징은 낭만주의와의 대비 속에서 선명하게 이해될 수 있다.

C.
모든 고전 작품들은 감동적인가? <모나리자>나 <아테네학당>이 보는 이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가? 예술에 대한 지식을 쌓기 전에 예술 작품을 보고 감동받을 수 있는 태도를 먼저 가져야 한다. 가장 좋은 태도는 <모나리자>를 보고 손을 떨면서 감동 받았을 그 당시의 이탈리아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이탈리아 사람이 되지 않는 이상, 이 작품들이 현대인에게 현대의 다른 작품들이 주는 바의 그런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전혀 다른 시대의, 전혀 다른 영혼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고전 작품에 대한 지식, 모나리자 부인이 누구이며, 아테네 학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안다고 해서 이 두 작품이 숨기고 있는 르네상스 고전주의의 정신적 태도를 알지 못할 것이며, 왜 이 두 작품이 위대한 고전 작품으로 남아있는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뭉크의 <사춘기>를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왜, 어떻게 뭉크의 작품이 다 빈치나 라파엘로의 작품과 다른가를 알고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술 작품에 있어서 ‘변하지 않는 교과서’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작품이나 법칙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될 것이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하기 전에 먼저 익혀야 할 것은 현대의 무수한 작품들을 보고 흔들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하우저의 말대로 ‘감동을 주는 한, 그것이 바로 현대 작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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