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2

샤이닝, 욘 포세

샤이닝욘 포세(지음), 손화수(옮김), 문학동네 어느새 눈이 앞 차창을 온통 덮어버렸다, 나는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이제 보니 눈은 그쳤고 앞에 보이는 땅은 하얀 눈으로 덮였다, 숲 속 나무가지에는 하얀 눈이 쌓였다. 아름다웠다. 하얀 나무, 하얀 땅. 이제 차 안이 기분 좋게 따뜻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차 안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19쪽) 하얀 눈 속에 갇히면 어떨까. 온통 하얀 세상. 그 하얀 공간 속에서 혼자 고립되어 잠들어갈 때, 어떨까. 이 짧은 소설이 주는 여운은 꽤 단단하고 슬프다. 결국은 가족 뿐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가족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상처 입고 있는데 말이다. 세상은 하얗고 서로가 있다는 걸 알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샘 쉐퍼드Sam Shepard

내가 수줍게 사랑하고 좋아했던 배우이자, 극작가이며, 소설가였던 샘 쉐퍼드Sam Shepard가 73세의 나이로, 수다스러우면서도 지독히 쓸쓸했던 이 세상과 헤어졌다. 나는 그가 부러웠다. 그의 재능이며, 그의 언어가, 그의 표정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며 혼자 숨겨두었던 존재들이 나에겐 알려주지 않고 마음대로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모나드에서 모나드로 연결고리는 없겠지만, 모나드 바깥에선 단절된 모나드들을 볼 수 있으리라 한 때 생각했지만, 태어남-죽음은 하나의, 일체의 모나드임을. 우리 각자는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정해진 궤도를 돌아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 궤도가 얼마나 우아해질 수 있는지, 한 번 보여주자. 샘 쉐퍼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