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3

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랭스로 되돌아가다디디에 에리봉(지음), 이상길(옮김), 문학과지성사 1. 한국의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이 의아했다. 읽고 난 다음 이해할 수 있었다. 디디에 에리봉은 프랑스 지방 도시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동성애자 지식인이었으며, 그 스스로 자신을 돌이켜보며 스스로를 고백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트렌디한 지식인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었다. 나쁜 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알라딘 서점에서는 21세기 최고의 책들 중 한 권으로 추천되었고,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2021년도에도 여러 일간지에서 동시에 추천도서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과연 이 책이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얼마나 가치를 지니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한국의 독자들 중에서 얼..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대선이 끝나자마자 몇 명의 노동자가 자살했다. 부끄럽다. 슬프다. 노동운동이 치열했던 시기에도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자살했을까. 한 때 문학이, 예술이 열성적으로 '현실 참여'를 부르짖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언제였는지 아련하기만 하다. 실은 지금 더 필요한데 ... ... 아내의 사촌 동생(그는 사진을 전공하고 있다)으로부터 아래의 달력을 받았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달력은 콜트 악기 부평 공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업주의 입장과 노동자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IMF를 지나고 어느 새 우리 사회는 기업주의 입장만 대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본주의화는 심화되었고 우리에겐 반성할 여지..

전태일 평전, 조영래

전태일 평전 - 조영래 지음/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전태일 평전 조영래(지음), 아름다운전태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십 수년 전, 그 시절이. 그 때나 지금이나 첨예한 현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문제적 텍스트. 무수한 사람들에 의해 읽혀졌으나, 우리의 현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아마 누군가(들)는 나아졌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예전의 그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그대로 남아있고, 변하는 세월 속에 그 문제에서 파생된 새로운 문제들은 끊임없이 생겨나, 나아졌다고 이야기할 때의 그 ‘나아지다’라는 동사의 의미에 대해 계속 되묻게 되는 2010년의 가을. 실은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도 필요 없고,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사상 따위도 필요 없다. 그런 건 그 다음의 문제다. 그냥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