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2

그냥 비관적인 전망

어차피 내가 이 세상에 대해서 아는 건 단편적이다. 그리고 그런 단편적인 것들으로 어떤 연결고리를 만들면 아래와 같다. 요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1. 내가 지금보다 젊었을 때, 조선이라는 나라를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는 지식인들이 정치를 좌우하던 유일한 나라. 한 가문으로 오백년 이상 유지된 유일한 나라. 성리학과 정도전의 체계로 오백 년 이상 버틴 나라.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니다.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사악한 노예사회. 아비의 신분이 아닌 어미의 신분을 따라가는 보기 드문 나라. 노비문서가 있어 노비가 재산처럼 넘겨지던 나라. 소수의 지식인들은 싸웠으나, 대부분의 지식인들, 양반, 선비라고 하던 작자들은 자신의 안위만 살폈던 나라. 그런 나라였다. 심지어 임진왜란..

저 너머 어떤 새로움

아무도 내일 일을 알지 못한다고 해서 공평한 걸까. 내일의, 어떤, 발생하지 않은 일이 현재, 혹은 과거에 미쳤던 영향은 대단하기만 하니, 내일을 아는 이 없다고 해서 세상이 공평한 것은 아니다.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은 인과율(law of causality)을 바탕으로 움직이며, 우리 모두는 인과율적 문명의 노예다. 우리 문명은 인과율 위에 축조되었고 우리 사고도 인과율을 벗어나 한 발짝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모두가 각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인 이 노예 근성은 현 문명에 반하는 모든 혁신을 거부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던) 운명에 순응하는 개인이라는 표상이 생기고, 모든 이들 - 배운 자나 못 배운 자, 나이 든 이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