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2

어느 오후

내 마음과, 내 처지와 다르게, 하늘은 맑고 바람은 불고 대기는 상쾌했다. 아마 누구에겐 이런 날씨가 감미로운 휴식이 되겠지만, 누구에게는 감미로운 불안이 되었을테지. 그 불안 속에서도 다행히 한낮의 더위는 견딜만했고 아침과 저녁의 한기寒氣는 때때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 마음 위에 앉아 아침 저녁으로 지친 손 두 개를 모으고 신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파스칼Pascal을 읽은 까닭에, '저 끝없는 우주의 영원한 침묵' 앞에서도 놀라지 않았다. 그 동안의 독서가 삶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사소한 위안이 될 것이라 여겨지 않았건만, 예상하지 못한 사이, 다행스러운 일 하나가 더 늘어났다. (이렇게 '다행多幸'이 쌓으면 내 삶도 복福으로 가득차게 될 지 모른다) 나이가 들자 눈물이 많아지고 건강은..

낮은 하늘 아래서

해마다 가는 창원이지만, 갈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는 건 내 나이 탓일까, 아니면 내가 처하게 되는 환경 탓일까. 집 밖을 나오면 멀리 뒷 산들이 보이는 풍경이 다소 낯설게 여겨지는 건, 너무 오래 서울 생활을 했다는 뜻일 게다. 하긴 지금 살고 있는 노량진 인근 아파트 창으론 여의도가 한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연휴 때 나온 사무실은 조용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