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3

늘, 노트와 펜, 그리고 2022년.

늘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닌다. 그렇다고 늘 쓰는 건 아니다. 아니, 거의 쓰지 않는다. 일종의 강박증같다고 할까. 예전만큼 글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냥 메모하는 정도. 가끔은 정말 글을 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꽤나 고통스럽다는 걸 알기에 그냥 무심히 지나친다. 오랜만에 프로젝트에서 야근 중인 지금, 잠시 틈이 생겨 더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한 2022년 최고의 책 리스트를 확인하다가, 아예 Year End Lists 웹사이트를 찾았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이 웹사이트를 찾았던 듯 싶은데, ... (아, 벌써 한 해가 지나고 또 다른 한 해가 시작되었구나) 한 번 챙겨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볼까. 2022년에 나왔지만, 2023년에서야 찾게 되는. htt..

책상 위 풍경, 1월 17일 일요일

나이가 들수록 책 읽기가 편해진다. 이해하는 폭이나 깊이가 달라진다. 트레챠코프Tretyakov의 바이올린은 탁월했고(무척 정직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포티쉐드Portishead는 언제나 나만의 베스트. 예전 부즈앤해밀턴(지금은 PWC에 합쳐진)에서 나오던 잡지가 이젠 종이로는 나오지 않고 디지털로만 출간된다. 매년 말이면 그 해 최고의 비즈니스책을 선정해 리뷰를 해주는데, 상당히 좋다. 여기에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은 1~2년 안에 번역 출간된다. 은 내가 읽은 최고의 경영서적들 중의 한 권이었고.

2011년의 어느 가을

거추장스러운 퇴근.길. 먼 길을 돌아 강남 교보문고에 들려, 노트를 사려고 했다. 몇 권의 빈 노트를 뒤적이다가 그냥 나왔다. 노트 한 권의 부담을 익히 아는 탓에, 또 다시 나를 궁지로 몰고 싶진 않았다. 토요일에는 비가 내렸고 일요일은 맑았다. 지난 주 세 번의 술자리가 있었고, 오랜만의 술자리는 내 육체를 바닥나게 했다. 늘 그렇듯이 회사에서의 내 일상은 스트레스와 갈등 한 복판에 서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고, 내가 느끼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만, 그럴 형편도 되지 못했다. (다만 지금 내 경험이 시간 흐른 후에 내 능력의 일부로 남길 바랄 뿐) 모든 이야기는 결국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텍스트는 없고 컨텍스트만 있을 뿐이라고들 하지만, 결국엔 텍스트만 있고 컨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