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롤즈 2

뉴트롤즈New Trolls를 듣는 가을

1. 뉴트롤즈를 듣는 월요일 아침이다.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 사람들은 두터운 옷을 입고 출근길을 재촉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날렸다. 그들은 지난 여름의 폭우와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 그리고 위대한 현인들이 이야기했다는 의지력이나 이상(꿈)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2. 뉴트롤즈를 듣는 월요일 저녁이다.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 사람들은 무거운 옷을 다시 입으며, 퇴근을 고민한다. 하지만 입 끝에는 쓸쓸한 알콜 향이 맵돈다. 작은 술잔 안으로 밀려드는 기세가 마치 8월의 소용돌이 구름 아래의 파도와 같은 ... 투명한 소주가 가을 저녁에, 뉴트롤즈를 듣는다. 이제 아무도 이십여년 전 그 때처럼 뉴트롤즈를 찾지 않고 그들의 전설은 이탈리아 반도 어딘가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질..

일요일 오후

혼자 뒹굴뒹굴거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시간과는 무관한 모양이다. 세월이 지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더니, 그렇지 못한 것이... 이런 일요일 오후엔 도대체 뭘 하면 좋을까. 새벽까지 책을 읽는 바람에 정오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오랫만에 요리를 해서 먹을 생각에 근처 시장에 가 봄나물과 김치찌게를 위해 두부와 버섯을 사왔다. 가는 내내 봄 햇살인지 늦겨울 햇살인지 구분되지 않는 빛 알갱이들이 퍼석퍼석 썩어가는 내 얼굴에 와닿아 부서졌다. 잠시 바람이 불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시장 안을 걸어가는 젊은 여자의 엉덩이를 한참 쳐다보았다. 엉덩이만 보면 아줌마인지 처녀인지 구분할 수 있다던데, 도통 모르겠다. 집에 들어와 이름 모를 봄나물을 간장과 고추가루가 주축이 된 양념장에 버물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