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7

불협화음과 문학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의 (조형준 옮김, 새물결)을 읽다가 '불협화음'에 대한 인용들이 있어서 메모해둔다. 불협화음은 하나의 음조가 다른 음조로 넘어갈 때 중간에 끼어드는 음들을 통해 최초로 나타나는데, 나는 그러한 옮아감은 포르타멘토, 즉 도약을 부드럽게 하려는 욕망, 도약음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결합시키려는 욕망에서, 이 경우에는 음계의 음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욕망이 다른 욕망, 즉 좀더 불협화음을 이루는 배음(倍音)들도 함께 이용하려는 욕망과 일치하는 것은 아마 운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역사적 진화가 정말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 쇤베르크, 중에서 (바그너의 음악에서) 모든 에너지는 불협화음 쪽에 모아진다. 이에 비해 개별적인 (음악에서 불협화음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라로슈푸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라로슈푸코(지음), 강주헌(옮김), 나무생각 원제는 『잠언과 성찰』(Reflexions ou sentences et maximes morales, 1665)이다. 니체가 매우 존경하였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 라로슈푸코(Francois de La Rochefoucauld, 1613 ~ 1680)의 잠언집을 읽었다. 17세기 작가의 문장들은 쉽게 읽힌다. 몇 개의 문장들은 흥미로웠다. 적당히 염세적이고 시니컬했다. 생각하는 것보다 팬이 많아서 어느 일본인 작가는 평전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기도 했다. 몇 개의 문장들을 옮긴다. -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 철학은 과거의 불행과 미래의 불행을 그럴듯한 이유로 극복하라고 설..

니힐리즘과 문화, 고드스블롬

니힐리즘과 문화(Nihilism en Culture) 고드스블룸(Johan Goudsblom) 지음, 천형균 옮김, 문학과지성사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 49쪽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 죽는다. 자신이 이상주의자인지 현실주의자인지, 고전주의자인지 낭만주의자인지, 플라톤주의자인지, 반-플라톤주의자인지. 심지어 인문학을 전공하는 이들 중에서도 이를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동시에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를 알지 못한다. 고드스블룸이 니힐리즘을 문화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자 한 것은 현대에 이르러 니힐리즘이 일종의 문화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어 대중화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두 번..

아포리즘 철학, 조중걸

아포리즘 철학 - 조중걸 지음/한권의책 아포리즘 철학 조중걸(지음), 한권의책 결국 철학은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가를 말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오랜 철학적 탐구가 세계와 우리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철학은 기껏해야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왜 모를 수밖에 없는지, 새로운 앎은 어느 지점에서 개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이것이 몽테뉴가 말한 바 "내가 무엇을 아는가?"의 의미다.따라서 철학은 우리에게 겸허하라고 말한다. 오랜 탐구 끝에 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큰 무지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또한 무지에 잠기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위대했던 니콜라우스 쿠자누스가 신과 관련해 "무지無知의 지知"에 대해 말할 때 그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

알튀세르의 눈으로 본 19세기의 철학적 사생아들

"내가 알기로는 19세기에 두세 명의 어린 아이가 태어났다. 사람들이 예기치 못했던 그들은 맑스와 니체, 그리고 프로이트다. 그들은 자연(la nature)이 풍습과 도의, 도덕, 그리고 예법(savoir-vivre)을 해친다는 의미에서는 '사생'아들(enfants naturels)이다. 자연(nature)은 위반된 규칙이고 미혼모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아버지의 부재인 것이다. 서구의 이성은 아버지 없는 아들로 하여금 그것에 대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였다. 맑스, 니체, 프로이트는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한 생존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 대가는 배척, 비난, 모욕, 가난, 배고픔과 죽음, 혹은 광기로 기재되어 있다. 나는 지금 그들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색깔, 소리 혹은 시 속에서 사형선고를 체험했던..

질투로 가득찬 내 우울함

읽을 수도 없다. 쓰거나 생각할 수도 없다. 여기에는 클라이맥스도 없다. 안락은 있다. 그러나 커피는 생각했던 것만큼 맛있지 않았다. 그리고 내 뇌는 소멸하고 말았다. – 1933년 5월 30일, 버지니아 울프 며칠 전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샀다. 그리고 책 표지, 위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한국어판 출판 편집자의 의도겠지만, 마치 내가 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고향 집에는 아마 내가 고등학교 때 읽던 ‘세월’이 있을 것이다. 의식의 흐름이라고들 말하지만, 의식의 흐름이 아닌 소설이 어디 있었던가. 버지니아 울프,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소설가들 중의 한 명이다. 그리고 니체… 음악이 없다면, 삶은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 니체 니체와 버지니아 울프 사이 어딘가의 은하계. 내 쓸쓸한 우울함을 숨겨 두고..

보수적 문화사가로서의 부르크하르트

혁명 시대의 역사 서문 외 야콥 부르크하르트 지음, 최성철 옮김, 책세상 이 책은 역사학자이자 문화사학자인 야콥 크리스토프 부르크하르트Jacob Christoph Burckhardt(1818~1897)의 글을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부르크하르트는 역사학자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르네상스Renaissance’로 더 알려진 학자일 것이다. (여기에서 ‘일반인’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그리스 문화사 서문’, ‘여행 안내서의 16세기 회화 중에서’, ‘혁명시대의 역사 서문’, ‘세계사적 고찰 서문’ 등이 실린 이 책은 부르크하르트의 학문적 태도에 대해 알 수 있기에 매우 유용하다. 문화사는 과거 인류의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그들이 어떻게 존재했고, 원했고, 생각했고, 관찰했고, 할 수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