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오사무 2

새벽 5시, 빛의 슬픈 영역 속으로

나이가 들수록 변해간다. 몸이 변해가는 걸 적응하기 위해 내 영혼을 얼마나 많은 것들과 싸우고 있는 걸까. 문득 다시, 올해 글을 쓸까 생각했다. 수십년만에 만난 대학동기들에게 이 나이에 한 번 등단해보자, 하고 취기에 이야기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글을 잘 썼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내가 글을 쓰지 않게 된 건, 누군가의 삶을, 그것이 허구라 할 지라도 과연 나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 끊임없이 되물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삶을, 그 고통과 번민의 삶을 나는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가, 과연 그것은 가능한가 물었다. 가령,  *    *  그녀는 그에게 환하게 웃으며 아침을 차려 주었다. 그는 그 전날도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사양, 다자이 오사무

사양(斜陽)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소화. 둘이서 소리 내어 웃었지만, 웃고 나서 한없이 쓸쓸해졌다 - 25쪽 책을 읽다 졸음이 왔다. 휴대용 커피 한 봉지를 뜯어 탄 흐릿한 빛깔의 커피 한 잔을 마시자마자 졸음이 밀려왔다. 오래된 독일산 듀얼 턴테이블에 척 맨지오니의 레코드판을 걸어두고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으면서 졸음을 느꼈다. 그리고 잠을 잤다. 일요일 오후 몇 주째 엉망인 사각의 방 구석에서 선풍기 바람 속에서 낮잠을 잤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밖으로 블랙 커피 빛깔로 변해 있었고 다시 사양을 펼치면서 지는 해 사이에 서있는 가즈코를 생각했다. 스물 아홉의 가즈코. 지금 일본 열도 어느 구석에선 장차 문학을 하리라 꿈꾸는 짧은 머리의 청년이 배낭을 싸고난 다음 지도를 꺼내 간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