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11

이사

이사를 했다.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겼다. 다들 그러듯, 나도 그렇게 옮겼다.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나이도 아니다. 아. 자본주의 안에서, 안 그래도 서로 비교하기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아파트로 가족의 거처를 옮기기란. 이번 총선 결과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이번 정부의 무능력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나, 사람들은 무시했다. 무엇보다 언론들의 무책임함은 분노를 일으킨다. 지난 대선 때 그들은 이번 정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이 정부를 방어하려고 안간힘을 쓰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자, 그들의 태도는 돌변했다. 실은 한국 언론에게 철학이나 신념 따위를..

2월 10일, 단상

최근 두 개의 법정 판결은, 브라질의 사례를 떠올리게 만든다. 문자를 문자 그대로 읽는 것을 '축자주의'라 한다. 몇몇 종교에서 보이는 퇴행적 급진주의는 이것으로 인해서다. 법조문도 마찬가지여서 문자 그대로 읽는 잘못을 범하면 안 된다. 결국 해석과 적용의 문제가 뒤따르게 되고, 판사의 자질 문제가 떠오른다. 게으른 신문기자가 결국엔 자극적인 단어로 클릭을 유도하는 위장 마케터가 되거나 검찰이나 정부가 이야기하는 대로 그대로 적는 받아쓰기 만점 전문가가 되듯,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공부하지 않는 판사는 영혼 없는 판결로 현실을 위태롭게 한다. 지난 정부 시절 한국은 선진국의 축포를 쏘아올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다. 전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 지 모르고 ..

대선 결과를 보며 나는 절망하고 좌절하고 슬퍼할 것이다.

잠을 설쳤다. 잠을 자지 못했다. 내일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누웠으나,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출구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한 예측. 온라인공간, 특히 Social Media는 에코챔버(echo chamber)현상이 심한 곳이다. 여론이 왜곡된다. 왜곡될수록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좋다. 그래서 포털이나 Social Media는 이 왜곡을 막지도, 막을 생각도 없다. 그러한 왜곡이 심하면 심할수록 트래픽은 늘어나고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 이는 언론도 마찬가지여서, 이제 정론지 같은 건 없고 온라인에는 모두 ‘스포츠신문’화가 되었다. (* 예전에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흑백의 종이 신문과 컬러의 스포츠신문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흑백의 일간지를 구독했으며, 스포츠신문은 주로 터..

우크라이나 사태와 언론, 대선, 한국

내부 문제를, 그 문제로 인한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이나 대립을 외부로 돌리는 건 손쉬운 방법이다. 시스템이나 체계, 문화나 관습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원인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그러나 많은 리더들이 이런 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실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구조의 문제인데. 그런데 흥미롭게도(안타깝게도) 대중들에게 참 잘 먹힌다.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는 (랜덤하우스코리아)를 강조했지만, 이건 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해당되는 건 아닐까. 더 나아가 '정치적인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대중의 지혜를 기대해선 안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프로퍼간다에 호도된 그들, 대중은 가끔 파시즘을 불러오거나 군사독재를 묵인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사..

2월을 물들이는 스산함, Hoc erat in votis

우리에게 삶의 희망이나 목적 같은 건 없고 사랑이라거나 미래 따윈 필요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글을 쓴다는 건, 그렇게 노력하다는 건 어떤 것일까. 아주 오래 전 조지 기싱George Gissing의 을 읽은 다음의 내 감상평이었다. 늘 다시 읽고 싶은 책이지만, 늘 다른 책들에게 밀려 손 안으로 들어왔다가 바로 서가 사이로 돌아가지만. 어쩌면 시의적절한 포기는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은 아닐까. 아는 분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너 그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니'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멈칫 했다. 글쎄, 나는 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건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코스닥 상장까지 시키는 것, 또는 생계 걱정을 하지 않을 만큼의 물리적 기반을 마련하고 싶은 것, 아니..

대선과 공적 영역

어떤 문제, 사태에 대해 아예 관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그 누구도 비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관여를 하는 사람,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겐 비난을 거듭한다. 이 때까지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어떤 문제였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비난과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사적 이익의 영역에서는 First Mover Advantage가 있지만, 공적 이익의 영역에서는 First Mover의 Role & Responsibility만 있을 뿐이다(하지만 영악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공적 이익의 영역에서마저 Advantage를 누리려고 한다). 이번 대선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현..

최근 정치에 대한 단상

며칠 전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걸,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최근, 딱히, 정치적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린 적이 드물었다. 하지만 이제 자주 올릴까 한다. 적어도 상식 선에서 생각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데,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다른 이들이 여기는 상식은 다른 듯싶다.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상식을 떠들 수 밖에. ** 아직도 한국은 과거와 싸우고 있다. 무자비한 폭력과 차별, 무관심이 횡행하던 그 과거, 그리고 그 과거의 유산들과. 이는 야당지지자나 여당지지자를 가리지 않는다. 편을 나누고 서로 헐뜯고 싸운다. 이를 전문용어로 '당파성'이라고 하지만, 글쎄 이게 당파성일지는... 나는 아직도 한나라당 - 새누리 - 국민의 힘이 앞으로 100년 간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정치)평론가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지금 페이스북은 정치 싸움 중이다. 각자 편을 나누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야기를 퍼다 나른다. 나 또한 그렇게 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여는 즐거운 이벤트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한국의 정치 지형은 너무 형편없고 몇 명의 후보는 누가 봐도 함량미달인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만만치 않다(일부 국민의 정치에 대한 이해나 식견이 한참 모자른다고 볼 수 밖에 업다고 말하는 너무 심한가. 하긴 트럼프도 만만치 않았으니, 여기나 거기나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도덕 수준은 형편없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치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정치에 대한 이해나 분석력이나 판단이 희미해지는 듯 싶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학자나 정치평론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

대의민주주의 - 저질이 되어가는 한 편의 연극

오랜만에 르몽드 디플로마크 한국어판 4월호를 읽으며 자크 랑시에르의 인터뷰 일부를 옮긴다. 끔찍하고 지독한 분석이지만, 동의하게 되는 건, 실제 이렇게 변했는지도 모를 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다. 어떻게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놓으면 안 된다. 그냥 선거 때 반짝하고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계속 지켜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참여해야 한다. (참으로 말은 쉽구나, 쉽지!) "대의민주주의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애매모호한 성격 외에도 국민들이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자신들을 표현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민은 정치과정에 선행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과정의 결과물이다. 어떤 정치 시스템을 갖추느냐에 따라서 그에 따른 국민이 만들어지는 것이지 그 반대가 ..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의 생각 -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김영사 안철수의 생각안철수(지음), 제정임(엮음), 김영사 게으르게 읽었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의견 표명들이었다. 이야기하는 주제나 소재에 대해 상세한 부분들(원인과 정책 방향 등)까지 언급하였다면, 이런 형태의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그렇게 접근했다면, 이렇게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 형태의, 적당한 수준에서 합리적인 문제 접근과 해결 방향 정도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안전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치인을 택할 때는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로 선택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나는 한국 정치를 둘러싼 국민들의 태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그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