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3

봄날의 쓸쓸함

도심의 봄은 쓸쓸하고 고요하다. 부산스러운 자동차 소리가 바닥을 스칠 때, 떨어진 분홍 꽃이파리들이 살짝 살짝 좌우로 물결치며 외로운 연인들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사랑하지 않았다. 근대적 고독과 동시대적 고립은 하나의 쌍이 되어, 이젠 연인들마저 쓸쓸하게 만들었다. 이제 다들 챗지피티에게 사랑을 묻고 사랑에 답하며 실연의 슬픔을 위로 받는다. 어쩌면 앞으로 이어질 끔찍한 봄날의 전주곡일지도 모른다. 봄날의 쓸쓸함이 가을날의 외로움으로 이어지겠지. 그렇게 봄 꽃잎이 지고 가을 낙엽마저 쌓여 흙으로 사라질 때, 그 때 그 사람을 그리워하겠지. 늘 후회는 예상보다 빨리 와선, 나를, 우리를 고통스러운 겨울밤의 고뇌 속으로 더 깊이 밀어넣겠지. 아마도, 언제나 그랬듯이.

흩날리는 봄날의 문장.들.

아직도 오열을 터뜨리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미가 아니라 오로지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퇴폐 뿐이다. ... ... 따라서 모든 강박 관념과 상반된다 할지라도 이같은 가증스러운 추함이 없이 지낸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 조르주 바타이유 과연 그럴까? 하긴 아름다움은 오열을 터뜨리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퇴폐로 인한 상처는 오열을 불러올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바타이유의 말이 맞는 걸까. 그렇게 동의하는 나는 그러한 퇴폐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일까. ... 아련한 봄날, 외부 미팅을 끝내고 잠시 걸었다. 부서지듯 반짝이는 봄 햇살 사이로 지나가는 도심 속 화물열차. 바쁜 사람들 사이로 새로운 계절이 오는 속도처럼 느리게 지나쳤다. 그 사이로 사람들과 자동..

지역 도심을 살리는 예술 마을 프로젝트 - 마산 창동예술촌

기억 속의 물리적 공간, 혹은 거리와 면적은 언제나 넓고 길다. 마치 지나온 시간 만큼, 쌓여진 추억들만큼, 기억 속에서 공간들은 소리 없이 확장한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무렵의 마산의 중심가는 창동과 불종거리였다. 그 곳에서의 사춘기 나에겐 무수한 일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늘 현재를 살기에, 단지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만 짐작할 뿐, 추억의 상세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힘들고 아슬아슬하기만 했던 올 여름의 휴가 마지막 날, 아내와 나는 마산 창동에 갔다. 한 때 극장과 서점, 까페, 옷가게들로 융성했던 거리는 이제 쇠락해가는 구 도심일 뿐이었다. 화요일 점심 때가 가까워져 오자, 사람이 한 두 사람 느는 듯했지만, 서울과 비교해 인적은 뜸했다. 이 곳을 가게 되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창동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