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4

저 사람은 알렉스, 욘 포세

저 사람은 알렉스 Det er Ales 욘 포세Jon Fosse(지음) 정민영(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시간은 겹쳐지고 각기 다른 시공간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 속에서 사건을 만들고 대화를 하며 사라진다. 어슬레의 실종을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현재에서 시작하여 그 공간 속으로 어슬레의 고조할머니가 등장하면서 약간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읽는 이는 자연스럽게 욘 포세 만의 흥미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마치 한 무대의 한 쪽 편에서 현재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다가 그 무대의 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다른 편 무대에 불이 환히 들어오면서 과거의 이야기가 전개되듯 소설의 문장도 그렇게 이어진다. 지극히 연극적이거나 영화적인 수법이다. 이렇듯 현대의 장르는 서로 다른 장르들에게 영향을 주며 각 장르들의 표현 방식을 풍성하..

자본가의 탄생, 그레그 스타인메츠

자본가의 탄생 The Life and Times of Jacob Fugger 그레그 스타인메츠(지음), 노승영(옮김), 부키 푸거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서문에 나온 아래 문단만 읽어도 된다. 책은 이 요약문의 자세한 설명이며 역사적 근거와 시대적 배경을 서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카를이 황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푸거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푸거는 카를이 황제가 될 수 있도록 거액의 뇌물을 빌려주었을 뿐 아니라 카를의 할아버지에게 자금을 투자해 합스부르크 가문이 유럽 정계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중앙 무대로 진출할 수 있게 도왔다. 푸거는 다른 분야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그는 고리대금업 금지 조치를 해제하도록 교황을 설득해 상업을 중세의 미몽에서 흔들어 깨웠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 Hermann Simon 헤르만 지몬(지음), 김하락(옮김), 쌤앤파커스 , 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자서전이다.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기업 경영이나 경영학 같은 소재/주제에 딱히 관심 없는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었다. 다양한 주제, 소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내 어린 시절 풍경까지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 고향 출신의 어느 교수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은 오늘날 견지에서 보면 흡사 중세처럼 느껴지는 삶의 세계에 속했다. 기껏 50년 전만 해도 실제로 그랬다. 그러다가 하룻밤 사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라고 썼다. (37쪽)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경영학자가 되었는..

여행, 페터 오토 코체비츠

오래된 노트를 뒤적이다가 메모해둔 시가 있어 옮겨 놓는다. 어디에서 옮겨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노트에는 시만 옮겨져 있다. 여행 코체비츠 나는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향해 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여행하였다.나는 그 기차를 타고 울므로 향해 여행하였다. 이제 나는 울므에 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리고 코체비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았다. 한국어로 된 자료도 영어로 된 자료도 없었다. 페터 오토 코체비트(Peter O. Chotjewitz,1934 ~ 2010). 독일의 작가이자 변호사..

정치신학 - 주권론에 관한 네 개의 장, 칼 슈미트

정치신학 - 주권론에 관한 네 개의 장칼 슈미트(지음), 김항(옮김), 그린비 1.서양철학사를 여러 권 읽었고 철학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다소 어려웠다. 읽으면서 직장인인 내가 지금 왜 이 책을 읽고 있나 하는 질문을 수시로 하면서, 동시에 조르조 아감벤의 가 왜 그렇게 재미없었는가까지 떠올렸다. 실은 아감벤의 책을 읽기 전에 칼 슈미트를 먼저 읽어야 했다. 그래야 아감벤의 논의를 이해할 수 있다. 조르조 아감벤 뿐만 아니라 칼 슈미트는 현대의 많은 사상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학자였다. 발터 벤야민, 하이에크, 루카치, 레오 슈트라우스, 하버마스, 데리다까지. 그만큼 중요한 질문을 던졌고, 정작 칼 슈미트는 (극단적인) 우파적 경향을 가지고 있으나, 도리어 좌파 진영에 더 많은..

혼돈의 기원, 로버트 브레너

혼돈의 기원 - 세계 경제 위기의 역사 1950 - 1998 (Turbulence in the World Economy) 로버트 브레너Robert Brenner(지음), 전용복, 백승은(옮김), 이후, 2001 갑자기 바빠진 탓에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읽어야지 하면서 책을 읽는다(최근 감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불성실한 책읽기와도 관련 있는 것 같고 책을 읽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한다. 제대로 된 시각으로 똑바로 살아가야 되는데.). 오래된 경제학 서적이라 약간 듬성듬성 읽은 감이 없진 않으나, 책을 읽는 동안, 예전에 장하성 교수와 경실련이 주도했던 소액주주운동을 떠올리며 씁쓸해지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천천히 진행된 경제 위기를..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한은형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한은형(지음), 난다 한은형의 산문집을 읽었다. 실은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것이 나았을 뻔했다. 그녀도 후기에서 밝히듯 상당히 어렵게 쓴 글들이다. 어쩌면 베를린과 그녀는 어울리지 않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뤼벡과 드레스덴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다. 뜬금없이 이 산문집을 읽게 된 건, 십수년 전 그녀의 짧은 글들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최근 그런 글을 읽은 적이 거의 없고 글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터라, 우연히 그녀의 산문집을 산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읽었던 그 때의 글과 비교하면, 긴장감은 거의 없고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랄까. 살짝 우울해졌다. 그녀가 찍은 듯 보이는 사진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베를린과 소설가 한은형은 어울리지 ..

히페리온의 노래, J.Ch.F.횔덜린

히페리온의 노래 J. Ch. F. 횔덜린(지음), 송용구(옮김), 고려대 출판부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삶이란, 제가 확신하건대 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는 낯설지 않으며, 앞으로 우리가 보겠지만 구석에 숨어있습니다. 시는 어느 순간에 우리에게 튀어나올 것입니다." - 보르헤스, 중에서(,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11쪽) 시는 아무래도 원문 그대로 읽어야 제 맛이다. 번역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동일한 단어라고 언어마다 그 어감이나 뉘앙스, 풍기는 멋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글로 옮겨서 밋밋한 시라도 원문으로 읽으면 풍성한 느낌을 주는 시일 수 있다. 몇 해 동안 영시를 읽으면서 배운 바라고 할까. 횔덜린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으나, 그의 시를 제대로 읽은 건 이번..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 -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 발터 벤야민 지음, 김영옥/윤미애/최성만 옮김, 도서출판 길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이란, 5분, 10분, 5분, 이런 식으로 조각난 것이 아니라, 1시간, 2시간, 혹은 하루나 이틀 이상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사치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2013년 가을, 내가 집어든 책은 도서출판 길에서 나온 ‘발터 벤야민 선집 1권 -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이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내 조각난 시간 틈 속으로 들어와 사뿐히 내려앉은 벤야민의 글들은 번뜩이는 통찰이 어떻게 짧은 글들로 조각나 고딕 교회의 모자이크화처럼 구성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결국 발터 벤야민은 20세기의 전반기를 살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급진적이었다. 그것은 그의 인식..

'달러', 겨우 다 읽다

달러 -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이른아침 “내게 이것은 조직범죄나 마약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잭슨 시장은 클리블랜드 신문 ‘플레인딜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것은 주민들에게 마약과 똑 같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여러 측면에서 우연히 합법의 요소를 지닌 일종의 조직범죄다.” 그는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 소송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 (707쪽) 클리블랜드 시장 프랭크 잭슨(Frank Jackson)은 도이체뱅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웰스파고, 아메리카 은행, 시티그룹 등 21 개 주요 투자 은행을 상대로 2008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우리는 이 소송 결과에 대해선 알지 못하고,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