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학 3

나와 마주하는 시간, 라이너 쿤체

나와 마주하는 시간라이너 쿤체(지음), 전영애, 박세인(옮김), 봄날의 책    오랜만에 쿤체의 시를 읽었다. 실은 잘 모르겠다. 몇 편의 시를 옮겨적긴 했으나, 노(老)시인의 독일어는 한국어로 옮겨져 나에게까지 왔으나, 그 거리는 꽤 멀게 느껴졌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 검은 날개 달고 날아갔다, 빨간 까치밥 열매잎들에게 남은 날들은 헤아려져 있다. 인류는 이메일을 쓰고 나는 말을 찾고 있다, 더는 모르겠다는 말,없다는 것만 알 뿐   아니면 내 문제인가. 나에게 이제 시(詩)는 너무 멀리 있는 건가.    사물들이 말이 되던 때 내 유년의 곡식 밭에서밀은 여전히 밀이고, 호밀은 여전히 호밀이던 때,  추수를 끝낸 빈 밭에서나는 주웠다 어머니와 함께 이삭을 그리고 낱말들을 낱말들은 까끄라기가 짧기도..

히페리온의 노래, J.Ch.F.횔덜린

히페리온의 노래 J. Ch. F. 횔덜린(지음), 송용구(옮김), 고려대 출판부 "우리는 시를 향해 나아가고,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삶이란, 제가 확신하건대 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시는 낯설지 않으며, 앞으로 우리가 보겠지만 구석에 숨어있습니다. 시는 어느 순간에 우리에게 튀어나올 것입니다." - 보르헤스, 중에서(, 박거용 옮김, 르네상스, 11쪽) 시는 아무래도 원문 그대로 읽어야 제 맛이다. 번역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동일한 단어라고 언어마다 그 어감이나 뉘앙스, 풍기는 멋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글로 옮겨서 밋밋한 시라도 원문으로 읽으면 풍성한 느낌을 주는 시일 수 있다. 몇 해 동안 영시를 읽으면서 배운 바라고 할까. 횔덜린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으나, 그의 시를 제대로 읽은 건 이번..

사로잡힌 영혼, 라니츠키

사로잡힌 영혼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서유정 외 옮김/도서출판빗살무늬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 빗살무늬 재미있게 읽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다. 그것은 라니츠카가 생각하는 문학이나 예술과 내가 생각하는 그것들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작가들을 자기애에 가득찬 인물로 매우 공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이거나 자기애에 대한 판단이나 간략한 상황 설명만 있을 뿐, 깊은 분석은 없다. 분명 수긍할 만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자기 생각나는 대로 서술했을 뿐이다. 자기 느낌대로. 라니츠키의 문학에 대한 사랑은 무척 감동적인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 작가나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에 대한 아무런 통찰도 없어 보인다. 그는 삶과 유리된, 세계와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