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쿤체 2

나와 마주하는 시간, 라이너 쿤체

나와 마주하는 시간라이너 쿤체(지음), 전영애, 박세인(옮김), 봄날의 책    오랜만에 쿤체의 시를 읽었다. 실은 잘 모르겠다. 몇 편의 시를 옮겨적긴 했으나, 노(老)시인의 독일어는 한국어로 옮겨져 나에게까지 왔으나, 그 거리는 꽤 멀게 느껴졌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 검은 날개 달고 날아갔다, 빨간 까치밥 열매잎들에게 남은 날들은 헤아려져 있다. 인류는 이메일을 쓰고 나는 말을 찾고 있다, 더는 모르겠다는 말,없다는 것만 알 뿐   아니면 내 문제인가. 나에게 이제 시(詩)는 너무 멀리 있는 건가.    사물들이 말이 되던 때 내 유년의 곡식 밭에서밀은 여전히 밀이고, 호밀은 여전히 호밀이던 때,  추수를 끝낸 빈 밭에서나는 주웠다 어머니와 함께 이삭을 그리고 낱말들을 낱말들은 까끄라기가 짧기도..

예술의 끝 - 라이너 쿤체

예술의 끝 넌 그럼 안 돼, 라고 부엉이가 뇌조한테 말했다. 넌 태양을 노래하면 안 돼. 태양은 중요하지 않아. 뇌조는 태양을 자신의 詩에서 빼어버렸다. 넌 이제야 예술가로구나 라고 부엉이는 뇌조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름답게 캄캄해졌다. * 라이너 쿤체(Reiner Kunze) (* 전영애 옮김, 열음사, 1989) ‘아름답게 캄캄해졌다’는 표현은 참 좋다. 독일어로는 ‘Und es war schon finster’이다. 지금은 구할 수도 없는 이 번역시집은 내가 대학 가기도 전에 출판되어, 내가 이 시집을 알게 되었던 90년대 중반 무렵에 벌써 희귀시집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가끔 지방의 도시에 내려갈 일이 있으면 그 곳의 작은 서점에 들려 오래된 책 찾는 게 정해진 일처럼 되어버렸다. 위 시를 어떻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