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알튀세르 4

알튀세르의 눈으로 본 19세기의 철학적 사생아들

"내가 알기로는 19세기에 두세 명의 어린 아이가 태어났다. 사람들이 예기치 못했던 그들은 맑스와 니체, 그리고 프로이트다. 그들은 자연(la nature)이 풍습과 도의, 도덕, 그리고 예법(savoir-vivre)을 해친다는 의미에서는 '사생'아들(enfants naturels)이다. 자연(nature)은 위반된 규칙이고 미혼모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아버지의 부재인 것이다. 서구의 이성은 아버지 없는 아들로 하여금 그것에 대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였다. 맑스, 니체, 프로이트는 때로는 잔혹하기까지 한 생존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 대가는 배척, 비난, 모욕, 가난, 배고픔과 죽음, 혹은 광기로 기재되어 있다. 나는 지금 그들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색깔, 소리 혹은 시 속에서 사형선고를 체험했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루이 알튀세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루이 알튀세르 지음, 권은미 옮김/이매진 그가 죽고 난 다음, 르몽드에서 한 면을 통째로 특집으로 꾸몄다. 20세기 후반기 마르크스주의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져 있을 무렵, 어느 마르크스주의자의 인생과 학문 세계가 유력 일간지 특집으로 나온 것이다. 루이 알튀세르. 현대적 마르크스주의를 만든, 거의 독보적인 인물. 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을 마르크스주의에 도입한 철학자. 하지만 그는 레지스탕스 동료이기도 했던 아내를 목졸라 죽이고 침묵의 세월 보내며 죽는다. 그리고 죽기 전에 발표한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며, 자신의 세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도려내어 분석한다. 문장 문장 하나가 잔인하고 고통스러우며, 추억은 쪼개지며, 사랑..

지식인과 민주주의

4월 11일, 나는 르몽드디플로마크 한국판 2009년 9월호를 꺼내 읽었다. 르몽드디플로마크를 매월 사서 읽다 요즘 주춤하는데, 이 월간지는 의외로 '정밀한 읽기'를 요구하는 터라, 번번히 다 읽지 못한 채 다음 호를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 (* 르몽드 디플로마크. 영국의 가디언(Guardian), 미국의 먼트리리뷰(Monthly Review) 등과 함께 대표적인 진보매체들 중의 하나지만, 내 주위에도 이 잡지를 읽는 이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자신이 진보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잡지를 사서 읽기를 권한다.) 2009년 9월 르몽드디플로마크, 자크 부브레스의 '지식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꼼꼼하게 읽는다. "그들(지식인)은 대자본을 상대로는 말을 아끼지만, 사회 밑바닥에서 헤매는 사람들에게는 ..

먼 미래에 ...

루이 알튀세르의 (저주받은 듯한 느낌의) 자서전, '미래를 오래 지속된다'가 재출간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1993년,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니, 벌써 십수년이 지났다. 이 책, 내가 20대 시절 생각나면 뒤적이던 책이었다. 잔인할 정도로 자신을 파고들며, 자신이 목 졸라 죽인 아내에 대한 기억을 태연하게 하는 죽기 전 알튀세르의 문장들 앞에서, 어쩌지 못하는 과거 앞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모든 걸 포기하지 않는 어떤 지식인의 슬픈 초상 앞에서, 그나마 내 20대는 낫다고 위안받던 시절이 있었다. 일 때문에 잠시 나간 삼성역 반디앤루니스 서점(아직도 서울문고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에서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삐에로'와 알랭 레네의 '내 사랑 히로시마'를 샀다. 아, 오랫만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