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보이지 않는 용 The Invisible Dragon: Essays on Beauty 

데이브 하키(지음), 박대정(옮김), 마음산책, 2011년 




몇 번 읽다가 만 책이다. 구입하려고 목록에 올려놓았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 결국 사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X 포트폴리오>에 속한 몇몇 보기 어려운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책이기도 하다. 


 

X Portfolio

Robert Mapplethorpe (United States, 1946-1989)

1978

Photographs; portfolios

Black clamshell case with gelatin silver photographs

Closed: 14 13/16 x 14 x 1 15/16 in. (37.62 x 35.56 x 4.92 cm); Open: 14 13/16 x 29 3/4 in. (37.62 x 75.57 cm)



안타깝게도 로버트 메이플소트의 <X 포트폴리오>는 위 사진정도만 보여줄 수 있음을. 대신 LA카운티미술관 웹사이트에선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볼 수 있지만, 심신미약자들이나 보수적 신앙심에 불타오르는 이들에겐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의 계기는 저 작품 때문이었다. 사람들, 특히 미국 (상업주의) 사회가 보여준 아름다움에 대한 위선적 태도때문이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아름다운 포르노성 사진이 공공장소에 전시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는데, 이 논쟁의 모든 면에서 지식인들의 부정직성이라는 돌림병이 침투했다. 이것이 그가 아름다움에 관한 글을 쓰게 된 실제 계기였다. 비굴한 태도를 부르는 이 스캔들에 휩쓸린 사람들이 모두 산적 떼처럼 거짓말을 했으며 영리한 위선의 옷을 입었다. 모두 이 일의 귀추에 대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다. 모두에게 돈이 걸린 문제였다. 비평가인 저자가 그 논쟁에 참여한 이유는 오로지 맨해튼 다운타운 시절부터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친구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16쪽 



책은 재미있다. 다소 과격한 어조로, 산만하게 여러 이론가들을 오가며, 아름다움에 대한 부조리와 위선을 드러내고자 저자는 고분분투한다. 현대 미술에 대한 지식인들과 치료기관들(*)의 오해와 위선에 대해 공격하며 그것이 어떻게 잘못되었는가를 지적한다. 그래서 이 책은 새로운 이론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지 않다. 오로지 허위에 대한 공격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데이브 하키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의 인간적 속성들은 로마의 신들처럼 수없이 많고 다양하며 효용 면에서 놀랍도록 비슷하다. 그것들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손 닿는 곳에 있다. 새로움, 친숙함, 오래됨, 자율, 드묾, 신성, 변덕, 장엄, 기발함, 공모, 효용 등이 그런 것이다. 이들이 당장에 띠는 가치가 우리의 제물을 바칠 사당을 결정한다. 우리가 눈앞에 있는 구체화한 외관과 닮음의 장관을 - 소유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자신 너머의 모든 것 사이의 공간을 좁히는 다신교적 포용으로 그 장관에 합류하기 위해 - 마음껏 받아들일 자유를 느낀다면 결코 자신의 욕망을 미심쩍어하는 일은 없다. 

- 171쪽 



아마 보들레르의 말처럼, "아름다움은 행복을 추구하는 습관적인 방식만큼이나 종류가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 


현대미술에 대한 여러 이슈들 중 한 가지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들과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과격한 방식의 소재나 주제, 표현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시하며 해석할 것인가다. 이 점에서 데이브 하키는 명확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래서 인접 학문을 전공하고 현대 미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이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 대부분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들이 주는 무한한 감동을 알지 못한다. 역겹고 추악하며 구토를 유발하는 작품들 앞에 서서 왜 우리들 중 일부는 열광하고 눈물을 흘리는가를 그들은 알지 못하면서 현대 미술에 대해 떠든다. 더 심각한 경우는 부게로나 제롬과 같은 위선와 허위에 가득찬 19세기 작품들을 예로 들며 도상학적 해석을 이어나갈 때, 작품은 감상과 감동의 대상이 아닌 지적 해석의 수단으로만 존재하게 만든다. 그들 대부분은 왜 마크 로스코 작품 앞에서 우리가 움직이지 못하는지 알지 못한다. 마크 로스코 작품 앞에서 서면 오로지 나와 작품만 존재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아마 데이브 하키도 그런 심정이었을까. 이미 죽은 친구 메이플소프의 작품들 두고 역겨운 비난을 일삼는 이들을 앞에 두고 말이다. 




Dave Hickey(1940 ~ )





*치료기관: 데이브 하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치료기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조롱한다. 그것은 예술작품을 그들의 시각으로 서열화하고 해석하며 위치지우기 때문이며, 이를 교묘하게 전파하여 세뇌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용 - 8점
데이브 히키 지음, 박대정 옮김/마음산책



Comment +0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자화상



그 때 푼크툼은 마치 영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 바깥으로 욕망을 내던져 버리는 것처럼, 일종의 미묘한 장외의 것이 된다. 나체의 '나머지 부분'을 향해서뿐 아니라, 하나의 실천의 환각을 향해서 그것은 욕망을 내던진다. 팔을 곧게 뻗고 빛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청년은 - 그의 아름다움은 결코 현학적이 아니고, 화면의 한쪽으로 몰려서 사진으로부터 반쯤 튀어나와 있지만 -  일종의 경쾌한 성애를 구현한다. 이 사진은 나로 하여금 포르노 사진의 욕망인 무거운 욕망과  성애사진의 욕망인 가벼운 욕망을 구별하게 한다. 결국 아마도 이것은 '행운'의 문제일 것이다. 사진가는 이 청년(메이플소프 자신이라고 생각되는데)의 팔을 조리개 구멍의 알맞은 각도와 자연스러운 밀도 속에 고정시켰다. 조리개를 단 몇 미리 미터만 더 열었거나 덜 열었더라면, 이 드러난 육체는 적절하게 제시되지 못했을 것이다.  (포르노 사진의 육체는, 화면에 꽉 들어차서 나타난다.  거기에는 어떠한 관대함도 주어지지 않는다.) 즉 사진가는 적절한 순간, 욕망의 카이로스(Kairos)를 찾아낸 것이다.
-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중에서.

끝내 혼자 외출을 감행하기로 했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복잡하고 정신없는 도시 속으로의 외출.

강남 교보에 가서 화집 한 권 사고
근처 커피 숍에서 혼자 커피 마시다가
기억나는 몇 명에게 전화를 걸어보다가
인연이 닿으면 술 한 잔 하고 들어올 생각.
하지만 이건 바램일 뿐.

아마 강남 교보에 가서 화집 구경만 실컷 하다
근처에 커피숍이 몇 개 있는지 세워보고 특이한 이름을 수첩에 옮겨적어놓고선
지금은 잊어버린 여자의 이름 한 두개를
건널목을 건너다 말고 중간에 서서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다
성질 급한 자동차들의 경적소리에 놀라 황급히 반쯤 남은 건널목을 마저 건너다
(이 때 자동차에 부딪혀 내 육체는 아래로 떨어져 눕고 내 영혼으로 하늘 저 멀리 구름 위로 올라가게 될지도)
'도를 믿으세요'라고 따라붙는 여인네의 손에 끌려가다
겨우겨우 도망쳐 집으로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야심한 밤 혼자 들어오다 맥주 한 병 사서 들어와선
베르디의 오페라 <일 트로바트레>, <아이다>, <라트라비아타>, <오델로>를
잠을 자지 않고 들어야지. 그리곤 날 괴롭힌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베르디의 "오델로" 들어봤어? 잘 들어봐" 하곤
검은 스피커에 전화길 갖다 대어놓고선 나도 그 옆에서 따라 불러야지.
그럼 내 인생에 또다시 무지개가 떠오를꺼야.


 
* 푼크툼punctum : 사진의 세부로부터 화살처럼 날아와 우리의 가슴을 찌르고 상처입히는 우연성
* 카이로스Koiros. 그리스어로 적절함, 적절한 균형을 뜻함.

Comment +0

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

형태의 삶 Vie des Formes 앙리 포시용 Henri Focillon (지음), 강영주(옮김), 학고재, 2001 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 책은 책을 따라간다......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리처드 브라우티건 Richard Brautigan(지음), 김성곤(옮김), 비채 원제는 <Revenge of the Lawn>이지만, <잔디밭의 복수>.....

보이지 않는 용, 데이브 하키

보이지 않는 용 The Invisible Dragon: Essays on Beauty 데이브 하키(지음), 박대정(옮김), 마음산책, 2011년 몇 번 읽다가 만 책이다. 구.....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면도, 안토니스 사마라키스

면도 안토니스 사마라키스 Antonis Samarakis (지음), 최자영(옮김), 신서원, 1997 전후 그리스 소설이 번역된 것이 드물었던 탓에 1997년에는 꽤 주목받았.....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Close Range: Wyoming Stories 애니 프루Edna Annie Proulx(지음), 조동섭(옮김), media 2.0,2006년 잭이 말했다.....

하룬 파로키 Harun Farocki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룬 파로키 -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Harun Parocki - What Ought to Be Done? Work and Life 6, 7 전시실 및 미디어랩 국립현대미술.....

회화의 이해, 리오넬로 벤투리

회화의 이해 Pour Comprendre La Peinture (Painting and Painters) 리오넬로 벤투리 Lionello Venturi (지음), 정진국(옮김).....

어지러진 자취방 구석에 놓인 낡은 턴테이블 위로 레코드판을 올릴 때,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뱉었다. 맥주를 한 잔 마셨고 짐 모리슨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던 시절이 있.....

고전학 공부의 기초, 브루스 손턴
인생의 발견, 시어도어 젤딘
텅빈 주말의 사소한 희망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