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3

불안

휴가를 내어도 마음은 불안했다. 전화가 무서웠다. 예전엔 이 정도까지 아니었다. 현대인 대부분은 이럴까. 아마 대부분 이럴 것이다. 불확실성은 우리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강조되는 불확실성. 연역법의 시대가 지나고 귀납법의 시대가 되었다. 합리론은 폐기되고 경험론이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경험론이 강조하는 불확실성은 인간 이성의 오만함을 경고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그 오만함을 지탱하기 위해 합리적 이성(?)이 결정 가능한 세계를 제한하고 이 안에서의 합리적 결정을 위한 다양한 이론들을 등장시킨다. 그러면서 한 쪽에서는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강조하며 그 복잡성 위로 수학을 이야기한다.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경험론의 시대에 복잡성을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밀어붙인다...

문명의 붕괴, 조지프 A.테인터

문명의 붕괴 - 조지프 A.테인터/대원사 문명의 붕괴 조지프 A. 테인터, 대원사, 1999. (오래 전에 쓴 서평을 다시 업데이트해 올리는 것은, Slow Death(느린 죽음)이라는 것이 최근의 내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테인터의 이 책은 지금은 구하기 힘들지만, '문명의 붕괴'에 대해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책들 중 한 권이다. 레베카 코스타의 에서 초반부 복잡성의 증대가 문명의 붕괴를 불러온다는 견해도 조지프 테인터의 이론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붕괴하는 문명의 끝자락에 있을 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태평하기만 하고 자신들만을 위한 평화와 안정에만 관심이 있으니 ... 걱정이 앞선다.) "48시간 내로 이라크를 떠나라"라는 최후 통첩은 를 읽고 난 다음 무척 신선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아마 요한묵시..

광화문 스타벅스 - 8월 17일 오후 네 시,

8월 17일 오후 네 시, 광화문 스타벅스. 소리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은 곳이다. 천정에 매달린 스피커의 쓰임새가 자못 궁금해지는 이 곳은 소리와 타인에게 무신경한 서울 사람들의 비정함으로 빼곡히 매워진 공간이기도 하다. 이 지독한 소음 속에서 어떤 생각이나 상상, 외부를 향한 사소한 관심마저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 곳은 차가운 원두커피를 마시기 위해, 8월 서울의 타는 듯한 열기를 피하기 위한 사소한 희망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단 1초라도 쉬면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숨을 쉬지 않고 떠들 수 있다는 대단한 자신감과 용기로 충만한 사람들만이 들어올 수 있다. 심지어 이 곳에 앉아있는 내가 놀랍고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워 보이는 이 공간은, 시대의 몰락을 향해 가는, 우울한 대도시의 풍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