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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말 Body Speaking Words, 한미사진미술관

몸의 말 Body Speaking Words2015. 10. 17 ~ 12. 31한미사진미술관 작년 겨울, 온 몸이 지쳐있었을 때, 한미사진미술관엘 갔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그 인근에 간 틈을 타, 잠시 미술관에 갔다 왔다. 미술관 안은 조용했다. 미술관의 조용함은,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탓에 나를 거친 현실로부터 떨어지게 한다. 하지만 이 낯설고 편안한 조용함은 반대로, 사람들이 좀 더 미술에 가까워지면, 미술시장 활성화나 예술가의 생계에 도움이 될 텐데라는 생각과 만나면, 조용함이 깨진 미술관이 어쩌면 우리 미래를 위해선 더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이 전시는 한미사진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몸을 주제로 하여 소장품들을 모아 전시하였고, 작품들의 수준 또한..

밀어, 김경주

밀어 -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문학동네 밀어 密語 김경주(지음), 문학동네 육체는 선으로 이루어진 풍경이다. 詩가 가장 부적절한 순간에 언어에게서 태어나는 하나의 육체라면, 뛰어난 散文은 그 육체를 감싸며 겉도는 하나의 선이다. 몸의 선은 그 자체로 숨 쉬는 비율이며 튀어오르는 정밀한 뼈들을 감추고 있는 이미지다. 쇄골은 육체가 기적적으로 이루어낸 선線의 풍경이다. 오래 이 책을 읽었다. 기대되었다. 김경주 시인의 산문. 그것도 몸의 은밀함에 대한 글이라니.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책들과 작가들이 인용되고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그의 산문은 깊이를 더하는 듯했다. 하지만 내 독서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두서없는 그의 상념들은 그의 우아한 언어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의 시적 감각은 질서없이 흩어지는 봄날..

현대 미술에 대한 단상

21세기의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것인가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리고 대부분 나의 입에서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의한 색다른 예술양식이 되지 않을까요'하는 대답을 기대하지만,기대에 어긋나게도 테크놀러지는 언제나 예술의 일부를 이루어왔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사진과 인상주의 미술과의 관계에서도 사진때문에 인상주의가 등장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테크놀러지'에 대한 기대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그리스 고전 시대에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운명(moria)을 저주하며 스스로 눈을 버릴 때의 그 고통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안티고네'가 공동체와 개인의 자유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보여주었을 때의 그 성찰은 아직도 유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