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3

롤랑 바르트와 애도일기

며칠 전부터 롤랑 바르트의 를 읽고 있다. 뒤라스, 바르트, 끌레지오, 모디아노, ... 읽지 못한 지 꽤 되었구나. 올해는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다. 1977년 11월 21일, 롤랑 바르트. 절망, 갈 곳 없는 마음, 무기력: 그래도 여전히 맥박을 멈추지 않게 하는 건 단 하나 글쓰기에 대한 생각. "그 어떤 즐거운 것". 피난처, "축복", 미래의 계획으로서의 글쓰기, 한 마디로 말해서 "사랑"으로서, 기쁨으로서의 글쓰기. "신"을 향하는 경건함으로 가득한 어느 여인의 가슴 벅찬 감동들 또한 다른 것이 아니리라. (새해를 의욕적으로 시작해야 되나, 작년의 영향권 아래서 꽤 힘든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여하튼, 일본에서 나온 책 표지 디자인은 너무 깔끔하다! 사고 싶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사는 ..

<느낌의 공동체>를 펼치며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즐겨 마시는 커피의 종류를 알고, 네가 하루에 몇 시간을 자야 개운함을 느끼는지 알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안다. 그러나 그것은 사랑인가?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일곱 시간을 자고 눈을 떴을 때 네 몸을 감싸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일시적이고 희미한, 그러나 어쩌면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일 그것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느낌이라는 층위에서 나와 너는 대체로 타자다. 나는 그저 '나'라는 느낌, 너는 그냥 '너'라는 느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느낌의 세계 안에서 드물게 발생하..

사로잡힌 영혼, 라니츠키

사로잡힌 영혼 -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서유정 외 옮김/도서출판빗살무늬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 빗살무늬 재미있게 읽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다. 그것은 라니츠카가 생각하는 문학이나 예술과 내가 생각하는 그것들과 많은 부분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작가들을 자기애에 가득찬 인물로 매우 공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중심적이거나 자기애에 대한 판단이나 간략한 상황 설명만 있을 뿐, 깊은 분석은 없다. 분명 수긍할 만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자기 생각나는 대로 서술했을 뿐이다. 자기 느낌대로. 라니츠키의 문학에 대한 사랑은 무척 감동적인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 작가나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에 대한 아무런 통찰도 없어 보인다. 그는 삶과 유리된, 세계와 유리..